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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함박눈이 내리면...

by 김맛세오 posted Dec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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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이렇듯 함박눈이 쏟아지면

무엇보다 꼬물꼬물 기뻐서 뛰는 강아지가 떠집니다.

왜 하필이면 항상 추운 엄동설한에 쪼맨한 강아지를 키워야했는지...

고 조그마한 다리와 발로 눈 속을 강종강종 뛰는 모습이 여간 안스러운 게 아니었거던요.

추울새라 뭘로든 포옥 싸주면 이내 하이얀 백설애애 눈마당이 좋아

딩굴고 또 딩굴던 그 앙증스러움...!

 

어느 해였던가, 제가 초교 1학년 전후였을 겝니다.

미국 신문사에 다니시는 막내 삼촌 덕분으로 노량진 어디엔가 파티석상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엄청 내린 날이었으니,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축하 파티장이었을 테지요.

군인들이며 민간인 미국분들이 꽉 들어찼고 초대받은 몇 아이들에겐 고자와 사탕이며 성탄 선물이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삼촌이 늘 귀여해 주시던 고종 사촌 누나도 그곳에 참석- 예쁘게 생긴 누나는 그날 춤추는 인형을 선물로 받아

어쩌다 필동에 있는 고모 집에 놀러가면, 그 춤추는 인형이 참으로 예쁘고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 파티에서, 저는 키가 한 30Cm 정도되는 원숭이(거의 실물에 가까운) 인형을 선물로 받아

오랜 세월 저의 친구처럼 아끼었고요.

 

그날 저녁 파티가 끝나 원숭이 인형을 품에 끼고 그곳을 나서니 밖엔 온통 함박눈이 숨벙숨벙 쌓여

발을 내디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는 기억에 없고 온통 새하얗게 눈으로 덮힌 동작동 저희 동네와 산 만이

가물가물 제 추억 속에 보이던 경탄과 경이로움의 화잍 크리스마스(White X-mas)!!!

 

또 연례 겨울 행사로 함박눈이 잔뜩 쌓인 한강이 보임니다.

어릴 적 겨울이면 으례히 수십 센티의 두깨로 얼어버리던 한강!

얼마나 매서운 추위면 어김없이 꽝꽝 두텁게 얼어버려 두어달은 한강대교 근처에 진풍경이 생기 곤 했지요.

다름아닌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스케이트장이 2-3개씩 생기는 겁니다.

 

형은 선천적으로 아버지를 닮아선지 무슨 운동이든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어서

가끔 한강 스케이트장으로 나가 피겨 스케이팅을 즐겼습니다.

(무엇이든 귀한 시절에 그 피겨 스케이트가 어디서 생겼는지...?)

하루는 형을 졸라서 따라갔더랬지요.

그런데 신나게 타는 형의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어찌나 발이 시려운지 동동구르다 못해 참을 수가 없어, "언니, 얼릉 집에 가자!" 졸라대기 사작했습니다.

(어릴 땐 "형"이라 하지않고 "언니"라 불렀으니,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던 거지요)

조금만, 조금만 더...하며 신명이 난 형은 보채는 동생이 무척 귀찮았을 겁니다.

"저건 괜히 따라와서 자꾸만..."

저는 그만 끊어질 듯 시려운 발 때문에 그만 와-앙!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저래 형은 제가 따라다니는 것이 못마땅했고,

저는 언제든 기어이 형을 뛰쫓을려 한...그렇게 형에게는 제가 무척 성가신 존재였을 겁니다.

 

아마 그래서도 저는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 비가 오면 가랑비나 소나기 내리는 소리에 사뭇 귀기울였고

눈내리고 쌓이는 감수성에 온통 예사롭지않은 자연과 벗하는 시간이 많았던 겁니다.

특히 여린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을 보면 피었는 눈꽃송이에 환희에 들뜨면서도

넘 무거울까 안스러워 애가 타던 어린 마음!

온통 새하야 눈 세상에 벅차오르던 작은 가슴은,

어쩌면 어린 강아지처럼 좋아 기뻐 뛰면서도 처마 밑 짹짹거리는 참새들이

강추위에 어쩌나 눈물이 날 정도로 시려웠던 마음!

그렇게 연약한 자연을 통한 연민과 자비의 마음이 어린 가슴에 채워졌던 것은

일찍부터 내려주신 하느님 은총이요 관상이 아니었을런지요?

 

함박눈의 추억은 그렇듯 내 인생의 지울 수 없는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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