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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영(欽英)의 성지순례 길

by 김맛세오 posted Dec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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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참으로 무던히도 많이 다녀 본 국내 성지순례 길이었다.

  그렇게 2016년 나의 '안식년'과 더불어, 1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들이 지나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을 가고 있다.


  걸으면서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걷고...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어이 글로써 다 표현할 수 있을꼬!

  그 중 하나, 해미성지를 떠올려 보면- 

  이틀간 머물며 지낸 '해미성지' 근교, '아라메 순례 길'의 고갯마루를 넘을 때는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오랏줄에 묶이어

예루살렘의 피땀 흘리시며 십자가 길을 걸으신 예수님처럼 걸었을 그 무거운 발거름이 마치 영상처럼 떠오르는 거였다.

그리고는 해미읍성 안팎으로 피범벅이 된 심한 고문과 신음소리와 함께, 회화나무 가지마다에 매달려서, 또 어떤 이들은 넓은 바위

위에 패대기를 쳐 머리나 가슴이 으깨어지게 하는 형벌로, 개별로 죽이기엔 손이 모자라 무더기로 웅덩이에 처박아 숨이 끊어지게 하였는가 하면 서문밖 개울가 모래 속엔 연일 죽어넘어가는 수자가 많아 파묻기에 쉬운 장소였단다.

  박해 시절에 줄줄이 엮이어 넘던 가야산 자락- 지금은 조용한 사색 길처럼, 운치있게 쌓인 가을 낙엽을 밟고 오르다보니, 고갯마루 정상에 정자가 세워졌고 단순하게 세워진 나무 십자가가 순례자를 기다리기나 하듯...


  여기 제목 첫 글자에 올린 '흠영(欽英)이란 "꽃송이와 같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을 흠모하여..." 란 뜻에서 붙혀본 것이다.

  과거와 우리 역사 안의 사화로 인한  순교 성인들은 단 일회적인 목숨을 기꺼이 하느님께 바친 순교의 꽃송이였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순례 여정 역시 각자 처해진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흠숭하는 꽃송이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다.  

  "순례의 길을 떠날 때에 주님께 힘을 얻는 자 복되오니, 메마른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샘물이 솟게 하리이다."(시편 84,6-7)  그래선지 순례의 여정 중에 번번이 예정에도 없던 좋은 일들과 사람들을 만나, 생각해 보면 고마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산 근교 성지를 갔을 적에, 수련 동기인 황.. 형제의 극진한 배려며 양산의 재속회원인 정아녜스 부부와의 만남, 해미성지에서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신 사무장 자매님 부부와 전주 지방의 도밍고 부부...어찌 흠영의 대상들이 아닐 수 있을런가!  전혀 계획이 없던 경로에서도 마치 길가에 스치는 나무들이나 꽃, 이름모를 새들, 단풍...피부에 느껴지는 늦가을, 초겨울의 찬 바람까지도 하느님께서 실려 보내시는 입김처럼 전부가 감사드릴 미풍들이었다.  심지어는 산토끼로 오인했을 정도로 작은 아기 고라니들 틈에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한 빵 한 조각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나 진배없었으니까...  아무튼 청풍, 수원 화성, 경주,...등지의 순례 길에 만나 뵐 수 있었던 우리 빈들 회원님들과의 사사로운 만남의 시간도 빼어놓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2016년도의 흐뭇할 아름다움으로 내 안에 자리했다.


  무의식 중에 마시는 신선한 공기처럼, 순례 여정중에 만나고 스친 모든 분들, 동물이나 새들, 나무나 풀잎조차도 이 세상 행복의 장에서 함께 했던 동반자들이었기에 참으로 감사드린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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