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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자쯔의 할아버지 신부님

by posted Oct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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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지난 8월, 여기 한국은 폭염으로 시달려야 했단다.
그때 나는 스페인 북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바스크> 지방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바스크 전체가 고원 지대요 첩첩 우람한 산맥으로 이어져 있어
백두산보다 높은 2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들이 즐비했다.
<아란자쯔>는 바로 그런 고원의 약 1천미터 중턱에 자리잡은
스위스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특히 <아란자쯔>는 성모님이 발현한 성지이기도 하고,
현재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있는- 배요셉,서라파엘,강알렉산델,...등의 형제들- 바스크 몇 형제들의 수도원 요람으로서,
어린시절 소신학교 때부터의 수도생활 추억이
서리서리 담겨진 곳이기도 하다.

<아란자쯔> 성지 수도원은
수십년 전 과거엔 수백명의 작은형제회 수도자들이
기거했었지만, 다른 구라파 나라처럼 급격한 성소 감세로
현재 20여명 정도의,그것도 대부분 평균 70세 이상의 고령층
수도자들이 지내고 있다.

그런 그곳이지만
아직도 역사와 전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어
수도원 깐또레(성가 주창자) 역을 맡고 있는 신부님의 연세가
작으만치 85세란다. 고령이심에도 여전히 풍부한 성량이며 어찌나 곱게 고음 처리를 잘 하시는지, 자체로서 감동적이었다.
또 젊은이들 못지 않은 우렁찬 성무일도 톤이며 미사 성가를 부르시는데는, 평균 70세 이상의 노인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주말엔 성지라선지 수많은 순례객들이
그 큰 성당에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섰다.
10명의 수도원 노인 형제들이 주일 합동 미사를 집전하는데,
그래도 수십년 동안 들어와 닳고 닳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천상적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가끔 내노라 하는 성악가들의 아리아 따위를 들어 보아 감탄을
불러 일으키곤 했었지만,
지금까지 들어본 중에 아란자쯔 형제들의 성음악은
으뜸중에 으뜸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의 화음이 얼마나 멋졌던지!

그리고 산악 지방이라선지,
7,80세 고령이면 이제 죽음의 문턱을 서서히 바라보는
골골하기 짝이 없는 대부분의 노인들에 비하면,
잦은 눈에 비친 그곳 노인들의 등산하는 모습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꼿꼿하니 매우 활달하였다.

어쩌면 삶이란,
어쩔 수 없는 세월에 순응함보다는
죽음에 임박해 힘 없을지라도 강인한 의지로 강건하게 살아야 하리.
<아란자쯔>의 할아버지 신부님처럼 말이다.
내가 85세 할아버지가 된단들,
결코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나약한 존재로서만 살아갈 필요가 없음을...

아름다운 바스크 산악 지방이 내내 아련히 다가온다.
특히 고원지대 <우르비야>라는 고원에 펼쳐진 광대한 목장은
한번쯤 더 가고픈 장엄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그후부터 내 맘 자리엔
바스크 민족의 독립에의 오랜 염원처럼
늘 아란자쯔의 성모님이 발현이나 하시듯,
"아란자쯔 성모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로자리오를 바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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