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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야 할 추억들

by posted Nov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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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누리에 평화가.

지난 17일, 내 영명 축일에
값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하기사 요즘엔 메일을 쉽게 주고 받는 세상이라
편지 따위는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처럼
나부터도 선뜻 써지지 않는 터에,
글라라 성녀가 그려진 카드와 함께 오랫만의 편지는
잃어버렸던 소중한 그 무엇을 다시 찾듯 매우 반가왔다.

짧막한 글이지만
지나쳐버리기 쉬운 영성적인 내용이라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나 아쉬워서...

* * *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영글은 곡식들과 과일들도 벌써 곳간에 들어간 이 계절에, 우리 영혼도 잘 준비되어 언젠가는 하느님의 곳간에 들어가게 되기를 기대해 보는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계절과 이에따른 기쁨과 어려움, 이 모든 것들을 허락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우리 삶도 이들을 통하여 더욱 성숙되어 가기를 기도드립니다.
맞이하시는 영명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형제님 위해 미사와 기도로서 봉헌해 드립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임시 거처로 지낼 때 고(故) 하멜키올 관구장님과 형제님께서 방문 오셨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정말 유수같은 세월입니다! 금년 8월 15일,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아 외적 행사 대신에 모든 자매들이 40일 피정으로 은혜로운 날들을 가졌고 내적으로 많이 새로와졌음을 감사드린답니다... 매일의 기도 중에 형제님을 잊지 않으며... ? 드림."
* * *

위 편지를 대하며
신앙과 영성생활에서 추억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
모든 걸 쉽게 잊고 감사드릴 여지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하느님과 사랑의 추억을 엮어가는 가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값진 작업일까.
내가 곧잘 추억담을 늘어놓으면,
그게 바로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라 치부해 버리는 형제들이 있지만,
추억이 얼마만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는 보석과
같은 것인지...몰라서 하는 소리들이다.

가장 가까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28세 청상 과부가 되신 엄마에 관한 추억,
수도회 가족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추억,
.............자연 사물들에 대한 아름다움들,
지난 여름, 이민간 친척들과 몇몇 은인들과의 만남과
바스크와 스페인에서의 성지 순례며...
(8월 15일, 글라라회 자매들이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을 할 때-
난, 그 무렵 <온야떼>의 글라라 수녀원에 머물고 있었으니, 우연치고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릴 우연임에랴!)...
늘 작은 일에 잊지않으시고 감사와 기도로 보답하시는
위 편지의 주인공 수녀님!

과거,현재,미래가
따로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는 걸 안다면,
현재 못지않게 과거의 추억은
용서받아야 할 추억이거나 아름다운 추억이거나
하느님께 대한 소중한 자산들이요,
역시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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