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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리움

by posted Dec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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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선

소나무들은 잘 있을까.
선경을 방불케 하는 '십자가의 길' 주변 사물들은 여전할까.
심심찮게 뾰로롱 나무와 나무 사이 그네를 타는 듯한...작은 새무리들은
차가운 겨울 바람에 충분한 먹거리일랑 제대로 구하고 있을까.
묘지 주변에 자생한 어린 소나무들은 여전히 도란도란 잘 지내는가.
지난 가을 오가며 만나 한참을 얘기 나누던 율묵이(*뱀 종류)는
겨울잠일랑 잘 자고 있을까.
골짜기를 오르 내리는 새벽 안개는 오늘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겔까.
한겨울을 먹음은 아랫녘 천흥 저수지의 물결은 어떤 빛갈로 찰랑이고 있으며, 청동 오리군(群)은 얼마나 많을까.
줄무덤 성지의 신부님과 자매님은 여전하시겠지...?
요한이와 그애 엄마, 언제나 똘망똘망하신 로사 자매 부부
그리고 당신 몸도 편찮으시면서 늘 도움을 주시는 황... 자매님의
건강은 어떠실까.

불과 성거산을 떠나온 지 일주일 밖에 아니 되건만,
늘 곁을 지내던 자연 형제 자매들이 먼 먼 이국 땅을 두고 온 것처럼
벌써부터 하나 둘 그리워지니 말이다.

갈비뼈가 부러진 후 최근 요양차 정동에 와 있다.
정동에 와 있으려니, 이런저런 염려해 주는 분들의 따뜻한 위로가
아무런 약도 쓸 수 없는 지경에 크나큰 약이 되어선지
통증의 차도는 빠르게 호전되어가고 있다.
무언가를 거두어 가시면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
뼈가 부러졌기에 망정이지, 골반이나 허리가 나갔으면 지금쯤 어땠을까. 혹 머리라도 깨졌으면...!!!???

성거산에 있어도 서울에 와 있어도,
종류는 달라도 그리움이 가득한 걸 보면,
나의 그리움은 얼마나 행복한 그리움인지...!
하느님 안배에 의한 천성적 그리움이려니
어찌 복되다 아니할 수 있겠는가?

활동을 할 수 없는 몸 상태라
묵상,기도,책 읽기의 태반인 일과 또한
모처럼 주어진 느긋한 삶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드릴 수 있어
좋지 않은가.

그리움 또한 "기다림"의 사촌이라
그리움의 정점인 예수 아기의 탄생,
그 탄생을 고대하는 대림시기에
절묘한 기다림의 은총이 아니겠는가.

감사,감사,감사일 따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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