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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살펴보면 기적이 따로 없는 게야

by 김맛세오 posted Sep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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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자비


  살 수록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란 말을 자주하게 된다.

  내 연륜을 헤아려보아, 예전같으면 영락없이 아해들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을 테니까.

  어쩌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의 모습을 보거나, 그분들의 환갑 잔치 때를 상기해 보면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 연세가

들어보이시니까...아마도, 시대가 바뀌어 요즘의 어르신네들은 10년 이상은 낮춰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 왜 이런 말로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걸까?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이야기인데...!?


  금년 정원에 가꾸고 있는 '애호박'이 참말로 대박의 수확을 거두고 있기에, 그 자라고 열리는 모습을 대할 때마다 '기적'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물론 여린 애호박 모종을 심고 거름을 주고 매일 물을 주는 건 나지만, 그 가녀린 줄기가 끝없이 뻗어나가며 꽃을 피우고 수시로 30Cm 크기의 미끈하고 훤출한 무거운 애호박을 달리게 하니, 자체가 생명의 신비요 기적이

아니 겠는가.  물론 애호박이 잘 자라고 달리게 하는 한가지 비법(?)은 있지만, 비밀로 해 두고 싶다. ^^

  어쨌든 애호박을 자라게 하는 근본적인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디 애호박 뿐이랴! 

  지난 초여름 경희궁을 산책하면서 뭔가 땅바닥에 소복히 떨어져 있는 열매가 있어, 주어서 맛을 보니 그것이 바로 달콤한 '오디'가

아니겠는가!  오디가 그토록 맛있고, 그 정체(뽕나무 열매라는) 를 확실히 알게 된 것도 그 때였다.  그래서 입 주변이 새까맣게 되어 돌아와 형제들에게그 이야기를 했더니만, 자주 약을 치고 오염된 도시의 공기에 쪄들린 그런 오디를 먹지말라고 충고들을 했다.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남?" 하면서 산보갈 때마다 잘 줒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어느날 맛있게 먹은 오디의 잘디 잔 씨가 잇사이에 걸려, 그 중 하나를 신기하게 들여다 보며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래, 요것을 한 번 우리 정원에 심어서 키워보자. 나중 크게 자라 실컷 따먹을 수도 있으 테니까...ㅋ  그래서 너무 작은 씨앗이기에 싹이 트면 분별하기 어려울 테니, 우선 작은 화분에 심어 매일 정성들여 물을 주었다.  처음엔 오랜 날이 걸려도 헛수고만 하는 게 아닌가 했었는데, 드디어 씨알 만큼이나 작은 어린 싹이 세상 구경을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랐고, 화분이 좁아져 햇볕이 잘 드는 담 옆에다 제대로 자리를 잡아 심었다.  지금은 하늘을 우러러 거대한 나무의 존재를 희망하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애호박이나 오디나...그들의 근본 생명을 간직하고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아니라는 것.  마치 어떤 이룩해 놓은 무슨 업적이 있다고 치자.  그것 역시 근본을 들여다 보면 100% 자기 자신의 잘난 맛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요, 거기엔 먼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선 공로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가 부모님의 몸을 빌어서 이 세상에 와 지금 이 자리에 살아가는 것도, 그 근본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기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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