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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아침에

by posted Oct 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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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보통 큰 공동체에선 이런 날이면
여러 형제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라
웬지 설왕설래하는 들뜬 마음이기 쉽다.

이곳 성거산 같은 작은 공동체의 분위기는 지극히 다른 분위기...
늘 그렇듯이 고요와 침묵이 넘처흘러,
시끌벅절한 전례와는 달리
스치는 바람, 낙엽 소리에도 예민해져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자연의 자매 형제들과 교감을 나누는 장(場)이 된다.

* * *

간밤 한차례 또 빗줄기가 지나갔나보다.
깜깜한 새벽 동쪽 하늘 더없이 맑은 자매 공기를 품은
초롱초롱 별자매들이 하늘의 밀어들을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고,
신선한 가을 바람 자매들이 콧끝을 간드리며
맑디 맑은 정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추석의 보름달이 어제련듯, 어느덧 초생달처럼 가늘어진
하현달은 내려다 보는 여인의 가는 눈과 눈썹처럼
아름답고 요염하기조차하다.

아침 기도가 끝나
늘 그랬듯이 연못가로 달려가면,
거기엔 비단 잉어 자매들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어
그 뻐끔뻐끔하 입을 벌리며 달려오는 소리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안녕, 잉어 자매들, 잘들 잤니?"
"맛...님도 잘 잤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니? 프란치스코 성인 대축일이란다."
"알다마다요. 저희들에게도 사부님인걸요.
추카,추카,...함께 축하 많이 드려요!"

"맛...님, 저희들과는 축하 안하나요?"
(새벽 차가운 바람결에 살랑 살랑 흔들어 대는 소나무 잎들)
"응, 너희들도 거기 있었구나.
소나무 자매들, 바람 자매들,...아무렴, 모두 함께 축하하고 말고!
성인께선 성탄 대축일같은 날, 담벼락이라도 고기를 실컷 발라
먹여야한다고 하셨거늘, 오늘같은 좋은 날 서로들 기쁨의 축하를
해야하지 않겠니?"

다른 한 쪽 구석으론, 옅은 구름들이 웅성이며 몰려오는 걸 보니,
연극의 막처럼 새벽 하늘의 달, 별 자매들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라, 좀 있음 또 비 자매들을 출현할 모양.

은총의 자매 비가 내리는 성거산 자락에
자연의 온갖 형제 자매들의 한마당 축제가 벌어지겠다.
장관스런 형제 폭포의 내달리는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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