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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비가 오는 날이면...!?

by 김맛세오 posted Apr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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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누리에.

"춘래이화백(春來梨花白)" 이라 했던가!

성거읍 마을을 지나치다 보니, '하얗게 핀 배나무 꽃을 보며 역시
봄은 꽃의 계절이로고!' 감탄을 하게 된다.

오늘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이면,
늘 하던 밖의 일(나무 작업...등)을 접어두고
방콕에서 재속 회원분들께 해 드릴 강의 준비로 여념이 없게 된다.

언뜻 창 밖을 내다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의 봄 풍경에
자못 철인(哲人)처럼 넋을 잃고 인생, 행복,...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작은 생각들로 감상에 젖기 마련.

과연 내 자신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며칠 전 한창이던 진달래, 매화, 앵두, 히야신스,...들은
슬그머니 제 자리를 비끼고, 이제는 불꽃처럼 번지는 산벗꽃이
산허리에까지 하이얗게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곤 연초록 산 빛갈은 하루가 다르게 짙은 초록으로
파도처럼 변해가고 있다.

이렇듯 자연을 대하고 있노라면,
"은총은 자연을 전제로 한다."고 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씀이
스쳐간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과 같은 은총!
최고의 선생인 자연을 이렇듯 가까이 벗 삼고 살아가니,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알고 보면 자연의 본성은 어떤 경우에든 거부하지 않음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가.
언젠가는 가장 가까운 이들과 이승을 하직해야 할 이별(離別) 이
닥치면, 막상 자연의 본성을 거슬러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자정리(會者定離)요 생자필멸(生者必滅)인 당연함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애고데고 애통해 하기가 일쑤요
심지어는 하느님을 원망하기까지 하잖는가.
하기에 평소 가장 사랑하는 이와도
항상 별리를 준비해야 그 아픔이 덜할 것인 데도 말이다.

흔히들 원하는 걸 성취해야만 행복(幸福)한 존재로 착각한다.
본질을 벗어난 모든 것이 덧없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시간에 쫒기듯 살아가고,
꽃 한송이 앞에서도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허덕이면서 여유없는 삶을 살아간다.
행복은 내가 요구하거나 추구하는 것- 실상은 평온이나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주어지는 은총이 아닐런가.

자연을 멀리하고 거부할수록 쌓여가는 건 욕심일 뿐,
절에 가면 대웅전의 <심우도(尋牛圖)>란 벽화를 볼 때마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헤메는 목동의 모습에서,
욕심을 버리고 본심을 추구하라는 교훈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

이 꽃 시절, 자연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알량한 지식이 자신의 전부인 양
툭 하면 거절이나 하고 교만을 사뭇 고고함인 양 간직하기 보다는
타인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배려하고 이해해야겠다는
신앙이 앞서게 된다.

훌훌 꽃 잎이 떨어질 때마다
그리 떨어져야 열매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
행복의 첩경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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