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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봉래동 성당

by posted Dec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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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를 빌며...

지지난 주일
대림절 특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좀체로 가기 힘든 부산엘 다녀왔다.

사실 어쩌다 무슨 강의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씀에
어림한푼 해당되지 않는 내 존재임을 알고 있고
실천의 짐을 타에게만 짊어지게 하고는
많은 것을 아는 양 폭포수 같은 말만 쏟아놓는 격이니,
정작 말만 하고 실천은 뒷전이란
헛 말의 죄를 짓기에 말이다.

그날 강의 주제는, <영의 정신, 육의 정신>으로
주일 10시 대미사가 끝나고 바로 이어서 참례한 전 신자를
대상으로 3시간 반을 해야 하는 피정 강의.
중요한 것은 언행(言行)의 일치를 강조한 내용인데,
우리네 삶에서 사실 무수한 언(言)보다 한가지의 행(行)에
더 무게의 중심을 두어야 하리라.

언제나 그랬듯이
강의 준비는 많이 해 갔지만,
그날도 신명에 빠져 준비한 것은 옆으로 제껴놓고
뭔 말을 그리도 많이 할 수 있었느지...좋게 말하면
성령의 감도하심에 이끌려서...

자주 가지 않는 봉래동이지만
빼꼼히 찬 신자들을 대하니,
감회가 새로워져 옛날 이 성당을 세우신
<주콘스탄조> 신부님이 생각났고 <이요한>,<권도밍고> 신부님...등
본당을 거쳐가신 역대 신부님들에 관한
사설부터 꺼내기 시작.

그분들에 대한 작고 큰 추억들이
오늘의 나를 봉래동 성당 강론대에 세우게 하셨듯,
신자들의 가슴 속에 면면히 흐르는
역대 신부님들에 대한 추억이
사실 그날의 내 강의보다 더 좋은 아름다움들을 간직하게 하리라
믿는다. 그저 내 역할은 잊혀지기 쉬운 추억들을 신자들로 하여금
상기시켜 드린 것 뿐.

강의가 끝난 그날 저녁, 귀가길에 오르면서
바다 특유의 활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도대교 위를 나르는 갈매기들이 상큼해 보였고,
가까이 생의 꿈틀거림이 보이는 자갈치 시장과 함께
"돌아와요, 내 형제여! 오륙도 부산항에..."라는 구성진
<우요셉>신부님의 노래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만 같았다.

'인생이란 풀잎 끝의 이슬방울 같은 것'
봉래동 신자들이여,
구세주에 대한 기다림이 없이 다른 '육'에 미혹되지 맙시다.
단 일회적인 우리네 인생-
성 프란치스코가 살았던 '영의 정신'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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