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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이 사랑으로...

by 로제로 posted Dec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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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모,
마늘 쫑 한 묶음,
감자 5개,
시금치 한 묶음,
바나나 6개,
그리고 커피를 사기 위해 식품점에 들렸다.
앞 두 손님이 이 사탕 저 사탕 그람으로 제면서 많이 산다.
그리고 주인이 모두 구입한 그들에게 1루블(60원) 하는 비닐봉지가 필요한지 물어본다.
알아듣지 못하고 그들 서로 얼굴만 바라본다.
내 주머니 속에 있던 1루블을 꺼내 주인에게 주었더니
한 사람이 옆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
‘스빠씨바(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 하라고...
그 옆 식품점이 있었지만,
그들이 사탕을 모두 구입할 때 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가
오늘 오후 우수리스크를 경유하고 평양으로 며칠 후면 들어간다.
그곳에 가면 전해 줄 사탕을 고르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고,
미안하고,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시장에서...
길을 가다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음에도...
오늘은 아니, 항상 무거운 내 짐 때문일까?
너무도 많은 것을 가졌고,
또 가지려 하고 있는...
진정 가지려고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떨리는 손길로 사탕을 건낼 수 있다면...
두부 한모에 사랑을...
감자 5개에 수고한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시금치 한 묶음에 함께 먹어 줄 뾸틀 형제의 미소를 담을 수만 있다면...
설탕 덩어리라는 등...
불량식품이라는 등...
그러나 오늘은 그것들이
그들에게 귀한 사탕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부끄럽다.

마치도...
오늘은...

군에 있을 때
입대 전 바로 돌아가신 아버님 산소를 처음 방문하고
첫 휴가 나온 나에게
어머님이 끓여주신 라면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 교차했던 감정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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