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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by 김맛세오 posted Jul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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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10여년을 살았던 흑석동보다는
초교 3학년 까지의 어린 시절을 보낸
지금의 '현충원' 자리를 단연 내 고향이라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가뭄이 심할 무렵,
청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릴라치면 심중팔구 비가 오리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던...
동작동의 청개구리가 늘 제 마음 속에 자리해 있습니다.
또 어쩌다 시골길을 지나치노라면,
노오란 장다리 꽃이며 하이얀 감자꽃조차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그런 것들은
지금도 표현키 어려운 제 마음의 설레임들입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늘 닭 우리에 몇 마리의 닭이나 병아리가 있었고
다람쥐나 토끼...들이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은 거의 손자인 저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손자가 좋아하는 것들은 너무나 잘 아셨던 할아버지는
간혹 시골 장에라도 가시면,
손자 사랑이 제일 먼저 떠오르셨나 봅니다.
그래서 저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은
동작동의 자연과 더불은 신나게 챗바퀴 돌리는 다람쥐였고
알을 낳아 종종거리는 병아리들을 잘 거두는 닭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요즘 컴퓨터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은
오물거리며 귀여운 입을 놀리는 토끼들이
씀바귀나 아까시아 잎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겠지요.
한여름 숲 속의 여치 울음이나 뻐꾸기 소리,
장맛비 속 비탈진 언덕길을 내어 달리는 물흐름 소리와
풀잎 물레방아 돌아가는 신기함에 시간을 잊는
청정 자연의 아이를 이해나 할 수 있을런지요.

 

할아버지와 함께 무척 먼 거리였던 '우면산'엘 가던 해,

감나무의 홍시가 주렁주렁하여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너무나 신기해 하던! 

또 중1년 때 였나요.

여름 방학을 기해 할아버지와 함께 관악산으로 식물체집을 하러 갔던 일.

체집한 것을 앨범으로 만들어 학교에 제출, 작품 전시까지 하여 특상을 받은 기억은

늘 할아버지께 대한 고마움으로 남아 있답니다.


곰방대를 지그시 물으신 할아버지의 바튼 기침 소리와 함께
가득한 손자 사랑이

자연 바람처럼 솔솔 불어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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