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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오늘 독서와 복음은 모두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선행은 실천하고 악행은 실천하지 말라는 것이고,

공정을 실천하고 불의는 행하지 말라는 말씀이며,

무엇보다 회개를 실천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이런 실천에 대해 말씀하시다가

느닷없이 윗자리 않지 말라느니 낮은 자리에 앉으라느니 하시는데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이리 말씀하시는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리고 우리의 실제 삶을 보니

이해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흔히 직장이나 사회에서 높은 사람들은 결정만 하고

결정사항을 실천하거나 실행하는 것은 아랫사람이 하며,

높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지시하면 낮은 사람은 몸으로 움직이지요.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자리>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모세의 자리><높은 자리>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거기에 앉은 사람들을 얘기하면서 그들이 하는 행태를 묘사하는데

우리가 실제로 많이 보는 것들입니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윗자리,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며

자리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높임 받기만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말에 <책상물림>이니 <탁상공론>이니 하는 말이 있는데

책상이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실천에서 멀어지기가 쉽고

그 자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실천보다는 결정과 지시를 더 많이 하며

조금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솔선수범을 하려고 하지만

모범이 되고 보여주기기 위해서지 내가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지요.

 

전에 제가 본당에 있을 때 매일 성당청소를 했더니 신자들이 칭찬을 했지요.

관구장 할 때 결혼식에 오는 차량의 주차봉사를 했더니 또 칭찬을 받았지요.

그래서일 겁니다. 그때까지 저는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차츰 나는 그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한다는 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솔선수범이라는 것도 일종의 <보이기>이고, 보이기 위한 거지요.

높은 사람이기에 안 해도 되지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본디 내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솔선수범해야지!’ 뭐 이렇게 생각합니까?

그리 생각지 않고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지요.

 

그러므로 실천을 해야 회개가 이루어진 거라는

관점에서 볼 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회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진정 회개를 한 것이고

하느님 앞에서 겸손한 사람이라야 진실한 회개의 실천을 할 것입니다.

 

생각이 바뀐 것도 회개의 시작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입으로만 얘기하면 주둥이의 회개지 존재의 회개는 아닙니다.

먹어야지라는 생각만으로 먹은 것 아니고 실제로 먹어야 먹은 것이듯

회개와 하느님의 뜻의 실천도 아무리 많이 생각하고 입으로 떠들어도

그것은 존재적이고 실천적으로 회개한 것이 아닙니다.

 

먹는 시범만 보이고 자기가 먹지 않으면 자기 손해이듯

보이기 위해서만 실천하고 진정 자기를 위해 실천치 않는다면

그것은 죽 쒀서 개 주는 것과 같은 것임을 묵상하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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