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그 속에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도 함께 있었습니다.
나병을 앓고 있는 채로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병이 자신들에게 옮을 것을 걱정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나병이 죄에서 왔다고 생각하기에
그를 더 멀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장면에서 그러한 사실은
나병 환자인 그에게 더 좋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나아가려는 그의 의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더 쉽게 충족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예수님께 다가가려 할 때,
사람들은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려 했을 것이고,
또한 그가 향하고 있는 예수님에게서도
떨어지려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예수님께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다가감을 위해서는
그의 겸손된 고백과 믿음이 필요했습니다.
나 자신이 죄인이라는,
그래서 내 힘 만으로는 스스로 깨끗하게 될 수 없다는
그의 고백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백은
주님께서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고백과 믿음은
치유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에 대한 바라봄은
자칫하면 절망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내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약한 존재들이고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의 부족함에 대한 고백은
나의 모습에 대한 인정일 것입니다.
내가 완전하지 않다고 인정할수록,
그런 나를 하느님께서 완전하게 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정, 고백, 믿음은
우리를 주님께로 이끌어 줄 것이고,
더 쉽게 주님께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나를 비난한다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족함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겸손되이 고백하는 우리에게
왜 불완전하냐고, 왜 죄를 지었느냐고
묻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부족한 우리의 모습마져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부족함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것을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배를 올려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