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론을 정말 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행진을 끝내고 너무 피곤해서가 아닙니다.
오늘은, 아니 지금 저의 상황과 저의 마음은 누구에게 나설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나를 진실 되게 들여다봐야 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강론을 올림은 제가 강론을 올리지 않으면 행진을 끝낸 제게
무슨 탈이나 안 좋은 일이 있지 않나 여러분이 걱정하실까봐 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서 저를 돌아보듯 여러분에게 저를 드러내 보입니다.
어제 마지막 행진을 하며 이곳 성심원에 거의 다 왔을 때
저의 마음이랄까 감정이 허탈한 것은 아니고 왠지 슬펐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행진을 무사히 끝낸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그 힘든 여정을 해낸 것에 대한 뿌듯함 같은 것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데 왜 슬픈지 그 이유를 어제는 알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제가 시작한 포르치운쿨라 축제를 후배 형제가
이어 받아 프란치스칸 가족들과 잘 치루는 것을 보았고,
또 제가 시작한 포르치운쿨라 행진이 새끼를 쳐 대전에서도 행진을 하고,
젊은이들도 행진을 하는 등 발전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뿌듯함도 있지만 슬픔이 여전하였습니다.
그런데 포르치운쿨라 축제 프로그램을 따라 어제를 보내고
오늘 새벽 성체조배를 하면서 그 슬픔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진정성이랄까 진실이 제게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무탈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끝을 냈지만
저는 행진의 책임자요 진행자로서 탈이 없게 일을 끝낸 것이지
제가 프란치스칸으로서 진실하게 행진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지금 나는 괴로운 상황인데
남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광대의 비애와 같습니다.
공연을 무사히 끝냈지만 기뻐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슬픈 비애 말입니다.
그저께는 어느 신자의 시설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그 신자로부터 뼈아픈 지적을 받았습니다.
저한테 직접 하지 않고 우리 행진단의 일원에게 한 것이지만
그리 덥지 않은데 에어컨을 저희가 사용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자기들도 사용치 않는 에어컨을
어찌 프란치스칸들이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칸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적어도 자기들보다 훌륭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분들은 가지고 있고,
프란치스칸 삶이란 정말 그런 삶이고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그런 지적을 했으면 변명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행진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 절약이기에
행진을 끝내고 에어컨이 있는 숙소에 머물 때 에어컨을 켜면
에어컨을 끄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매일 빨래를 해야 하고
빨리 말려야 다음날 입을 수 있기에 아무 소리를 하지 않았는데
그 점을 지적받은 것입니다.
그 점은 그렇게 변명할 수 있지만 그러나 프란치스칸답지 못하다는
지적에 제가 토를 달 수 없음은 행진단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만이라도 프란치스칸으로서 진정성과 진실이 있었다면
그분들이 그런 지적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르치운쿨라 행진의 목적 중의 하나가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고,
프란치스칸 은사를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 지적이 뼈아프지만
반박은 말할 것도 없고 변명도 할 수 없으며,
특히 프란치스칸 은사의 원천을 찾고자 모인 이 축일에는
더더욱 변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축일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지요.
우리의 은사에 우리가 충실치 못했음을 성찰하는 것 말입니다.
하여 지금 축일이어도 맘껏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없지만
이런 반성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록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우러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뼈아픈 지적을 한 분들에게 감사도 드리는 오늘입니다.
요즘 날씨가 어디 에어콘 안 키고 배길 날씨인가요?
뼈아픈 기억은 또 다른 성장을 위함이겠지요.
감사합니다~~^^
그것이 나를 자꾸만 괴롭히면서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줄것임을 기대하며 봉헌....
아주 잘하셨어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