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을 다녀온 뒤 수도원 회의를 하면서 저는
형제들에게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는 말입니다.
저희가 다다음달 관구회의를 하고 새로운 공동체가 구성되기까지
같이 사는 것이 한 4개월 남았는데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몇 가지 우리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그에 대한 미래 얘기는
꺼내기도 전에 지금까지 저에 대한 비판을 흠뻑 받은 것입니다.
비판의 내용인 즉 너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정으로 치면 엄마만 잘하면 된다거나 아버지만 잘하면 된다는 거지요.
제가 공동체 원장인데 원장이면서도 국가 영적보조자의 책임도 맡고,
복음화 국장과 선교 위원장 등 공동체 밖의 소임도 많이 맡아
너무 밖으로만 돌아다니니 원장으로서 너만 잘하면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지난 8월 말에 연 피정을 하면서 저도 이점을 깊이 반성하였고
그래서 저도 남은 기간 밖으로 나가는 것 최대한 줄이고
공동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반성을 하고 그것을 얘기했는데도
그동안 형제들이 얼마나 불만이 많았는지 융단폭격을 하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리고 듣는 내내 인간적으로도
다 지당한 말이니 묵묵히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단지 그 얘기를 형제들이 인간적으로 내 뱉은 얘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형제들을 통해 아주 따끔하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도 제자인 디모테오에게 당부를 하는데 직책을 맡길 때
교회의 감독이나 봉사자가 될 사람은 개인적으로 올바르게 살뿐 아니라
자기 가정을 잘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얘기하지요.
“술에 빠져서도 안 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 되며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자기 집안을 이끌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교회를 돌볼 수 있겠습니까?”라고도 얘기합니다.
한 마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하라는 말씀이지요.
모름지기 공적인 소임을 하려는 사람은 수신修身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자기를 잘 닦지 않으면 남에게 뭘 하자고 하지도 못하고
뭘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더더욱 할 수 없겠지요. 가족에게라도.
그리고 자기를 잘 닦아야 관계도 잘 맺고 일도 잘 하고 바르게 하며
사랑도 자기를 잘 닦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니 수신을 잘해야 하는데
우리의 수도생활이라는 것도 바로 이 수신을 먼저 잘 하자는 거지요.
그런데 그동안 너무 복음화활동이라고 하면서 일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수신에 소홀히 하였습니다.
수신과 자기복음화밖에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수신과 자기복음화를 소홀히 하고 세상복음화를 하겠다는 것이 더 문젭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계획과 다짐도 했습니다.
놓았던 붓을 다시 들 듯 다시 프란치스코를 붙잡자!
프란치스코는 생애 말년에 형제들에게 지금까지 한 것이 거의 없으니
이제 다시 시작하자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이하여 그리고 축일이 아니더라도
프란치스칸 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될 때면 언제나
이 말씀을 떠올리며 프란치스칸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말씀의 되새김을 멈춘 것이 꽤 된 것 같습니다.
그제 9월 17일, 주일에 우리는 프란치스코의 오상 축일을 보냈고 이로써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까지 프란치스칸 축제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진정 다시 시작하는 것을 잊고 살았던 저를 일깨우시고,
다시 프란치스칸 회개와 복음을 살라고 깨우쳐주셨습니다.
이 소중한 일깨우심과 깨우침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텐데!
허약한 저를 볼 때 이것이 걱정이고 그래서 기도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