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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공동체 축복식

by 홈지기 posted Jan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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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의 초기 동료들 중의 한 명인 퀸타발레의 베르나르도를 주보로 하는 가리봉동 공동체 축복식이 2018년 1월 19일 오전 11시에 관구봉사자의 주례로 있었습니다. 석남동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분원으로 설립된 이 공동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 되기를 기원합니다.  관구봉사자 형제의 강론과 사진을 첨부 합니다.


T.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몇 년 전 읽은 책에서 ‘교육’이 사람(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교육이 사람들의 변화에 있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세상)을 진정으로 변모시키는 못한다고 말하면서, 사람과 세상을 실질적이고 전적인 변모를 이루게 해주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긍정적이고도 역동적인 삶의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관구 역사 안에서 참 역사적인 순간 속에 있습니다. 가리봉동(베르나르도) 공동체의 축복식을 거행하면서 우리는 우리 삶과 사명의 쇄신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작은 형제로 살아가야 한다!’거나, ‘형제적 삶과 가난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하는 슬로건이나 모토를 내건다고 해서 우리의 삶의 변한다기보다는 이런 삶을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형제들 안에서 더 많이 나올 때에 비로소 우리의 삶과 사명, 그리고 정체성의 쇄신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우리 관구의 새로운 쇄신의 분위기를 봅니다. 정동공동체에서 형제들이 기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거나 밥상에 더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그런 쇄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움직임이 그저 자그마한 변화의 조짐정도나, 일시적인 현상정도로 여겨질지 몰라도 이런 것이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쇄신의 징조라고 저는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히 가리봉동공동체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여느 사람들처럼 노동을 하며 세상 가운데 현존한다는 것은 우리 관구와 형제들의 삶과 사명을 쇄신해주는 데 있어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형제들의 삶은 다른 많은 형제들로 하여금 성령의 이끄심을 감지하게 하고 응답하게 하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삶과 공동체의 형태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실질적으로 변모하게 하는 신선한 삶의 시도요 자극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공동체의 축복식을 위해 이 자그만 집에 형제들이 많이 참석한 것도 이런 신선한 자극을 형제들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몇몇 형제들과 제가 나눈 이야기입니다만, 작년 한국의 카푸친 작은형제회 총회에서 한 가지 중대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형제들이 가능한 한 땀 흘리며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기 위해 시간이 되는 대로 각자가 정규직이나 계약직(아르바이트 포함)의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살아가자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형제는 택배기사로 어떤 형제는 커피전문점의 알바로 일하면서도 살아간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 카푸친작은형제회 보호자인 로렌스 형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종의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작은 형제들의 초기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보나벤투라 대학교 프란치스칸 대학원에서 조 키니치 형제가 “복음적 삶”(Vita Evangelica)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세상을 위해서나, 세상을 향해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 존재했습니다.” 

 이 말은 그의 삶이 세상의 필요성에 의해서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일하면서 평화와 용서의 복음을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모범을 따른 것임을 강조한 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예수님의 삶(복음 선포와 죽음과 부활을 포함 한)은 세상(사람)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이고도 첫째가는 요소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사명의 유일한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저 세상 가운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가는 곳마다 평화를 빌어주라고 요청하신다는 점을 깊이 숙고하며 이를 실제적으로 실행하는 가운데 우리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사명은 평화를 말하거나 평화의 인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진정 평화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말이나 슬로건 혹은 모토를 내거는 정도가 아니라 그 말이나 슬로건이 삶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도와 형제애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안에서의 기도참여나 설거지, 그리고 집안청소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점에 있어서 하나의 자그만 실천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가리봉동 공동체는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 관구의 형제들로 하여금 형제들 개개인과 공동체를 이끌어 가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감지하게끔 해주어 우리의 삶을 쇄신하게끔 해주는 자극제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주님께서 형제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성령의 자극을 통해 이 공동체와 우리 모두를 축복해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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