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1일 연중 6주일
오늘 복음은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과 깨끗함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만나 치유의 기적이 일어남을 보여줍니다.
예수님 당시 율법에 따르면 나병은 전염되는 부정이며,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유 되어 정화 예식을 거치기까지는 공동체와의 상종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나병은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내리치시는 최고의 재앙이라고 여겨져졌습니다.
원칙적으로 보아 나병은 죄의 표시였습니다.
이런 나병으로 여겨지는 죄의 해방과 치유의 은총은
주님의 자비와 나병환자의 간절함의 동시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가 알에서 깨어날 때 새끼가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는 것을 啐(줄)이라고 하고,
어미새가 바깥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합니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끼는 안에서 죽어버리기에
줄과 탁의 동시적인 행위로 인해 껍질이 깨지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자비와 깨끗해지고자 하는 나병환자의 간절한 바람도 이 줄탁동시와 같습니다.
치유의 기적과 깨끗해짐을 위해 자신의 노력만을 믿어서도 않되고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만 전적으로 의지해서도 않될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과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육체적으로 나병에 걸린 것보다 더 큰 것은 정신적 나병이었습니다.
치유받고자 하는 희망과 아무런 노력 없이 자신이 나병에 걸린 것에 대해 죄의식에 빠져
부모나 조상을 원망하며 고통과 비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큰 나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2독서에서 사도바오로도 정신적 나병을 지닐 수도 있었습니다.
팔삭둥이었던 그는 놀림도 받고 자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더군다나 유대교에서 개종했기에 변절자라는 수모를 받았을 것이고
교회를 박해했기에 더욱 그럴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진퇴양난의 정신적 나병의 상황을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립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환란과 시련을 극복하자고 하는 강한 바람과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하느님께 영광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정신적 나병의 상황을 디딤돌로 만들어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며
그 영광속에 감추어진 하느님 사랑을 드러냅니다.
교회는 해마다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초대교부의 숨은 일화는
우리 신앙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어느 날 수공예품을 팔기 위해 도시로 나온 아가톤 교부는
돌보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불쌍한 병자를 만나게 됩니다.
교부는 방을 하나 구하여 함께 지내면서 간호해 줍니다.
수중에 돈이 없었던 그는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으로 방세를 대신 지불하였으며
병구완에 필요한 물건도 구입합니다.
그는 병자가 회복될 때까지 4개월 그곳에서 지내다 조용히 자기 거처로 돌아갑니다.
자신에게 정신적 나병의 상황이 닥쳐올 때 사도바오로가 어떻게 했는지를 상기하여
주님의 자비와 은총에 맡기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반드시 나으리라는 믿음으로
위기를 기회로, 걸림돌을 디딤돌로, 비관을 낙관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삼도록 합시다.
누군가가 정신적, 육체적인 병으로 힘들어 할 때
앞서 소개한 초대교부가 지녔던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를 보여주도록 합시다.
고 도미니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