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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13주 토요일-단식강박에서 벗어나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Jul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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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오랜 기간 수도자는 단식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사순 시기나 대림 시기는 금연과 함께 강박관념처럼

단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교적 잘 실천을 했습니다.

 

50이 넘으면서는 단식이 힘들어지면서 잘 못하고 있고

이제는 술이나 덜 또는 안 마시는 걸 잘 해야 한다고 후퇴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합리화인지 모르지만 단식을 강박관념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 단식은 나에게도 유익이 되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이 왜 단식을 않는지

따지는 요한의 제자들에게 단식을 혼인잔치와 연결시켜 말씀하십니다.

잔칫집에 참여한 사람이 무슨 단식을 하느냐는 말씀인데,

사실 잔칫집에 가서 단식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주인공과 잔칫집 분위기 망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러는 사람 자신이 여러모로 문제가 많고 불행합니다.

이런 사람은 잔칫집의 주인공이 신랑이 아니고 자기인 사람입니다.

어디에 있든지 자기 세계 안에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잔치에 와있지만 자기 안에 갇혀 있고 자기 생각에 갇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잔칫집에 있는 사람은 잘 먹고 같이 기뻐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니 단식은 주님 잔치에 함께 있지 않은 사람이나 하는 거란 말씀입니다.

그것도 주님 잔치에 함께 있지 않음이 슬픈 사람만 하는 거라는 말씀이지요.

 

사실 주님 잔치에 함께 있지 않는 사람 많고, 함께 없어도 슬프지 않습니다.

복음 다른 곳에서 주님께서는 아들의 혼인 잔치 비유를 들려주셨지요.

주인이 사람들을 초대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business)이나

자기 혼인 잔치 때문에 그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는 얘기 말입니다.

 

영어로 일/Business라는 말이 바쁘다/Busy에서 나온 말이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돈벌이든 혼인이든 자기 일로 바쁘고, 그러니

남의 집 혼인 잔치가 기쁠 리도 없고 거기에 함께 있지 못해도

슬프거나 속상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일이 있는 사람은 다 이렇고 혼인잔치는 남의 집 일입니다.

실로 요즘 혼인잔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축하의 자리가 아니고 부조를 주고받는 비즈니스 자리 같습니다.

 

그래서 일은 자주 사랑과 반대되는 것으로 비교됩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에서는 사람을 일 형과 사랑 형으로 나누고,

일로 만족을 얻는 사람은 사랑으로 만족하려하지 않는다고도 하며,

남자는 대체로 일에서 만족을 얻고 여자는 사랑에서 만족을 얻는다 하지요.

 

아무튼 주님께서는 혼인잔치가 사랑의 잔치인데

당신 사랑잔치에의 참여를 의무나 일로 만드는 우리의 문제를 꼬집으시는데

같은 맥락에서 오늘 단식도 이와 연결을 시키시는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서건 이웃을 위해서건 그리고 하다못해 자신을 위해서건

사랑의 이유로만 단식을 하고 인격적인 단식을 하라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사랑이 없는 단식은 하지 않을 수 있는

내적인 자유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랑 없이 해야 하니까 하는 단식 강박으로부터의 자유,

사랑 없이 남의 눈치 때문에 하는 단식은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유와 용기는 또한 사랑할 때만 우리가 지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있으면 사랑하기 때문에

성 금요일에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과 술 한 잔을 할 수 있고,

사랑이 있으면 사랑하기 때문에

부활 대축일에도 병자의 고통에 동참하며 단식을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 새로운 정신임을 명심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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