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추는 것은 비천해지고 비루해지 위해서가 아니라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라는 것이 오늘 저의 필리비서 묵상의 결론입니다.
실천은 잘 못하지만 저의 지론이기도 하고 믿음이기도 한 것 중의 하나가
하느님의 산으로 오르려면 인간의 산은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는 하느님의 산과 인간의 산이 있습니다.
인간의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최고로 성취하는 것이며 이것은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과 같아지고,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탑을 쌓아 하늘까지 닿으려했던 것과 같습니다.
오늘 필리비서는 이런 마음을 버리고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그 마음을 지니라고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 마음이란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같으심을 당연하게 생각하시거나
고집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인간과 같이 되려고 당신을 낮추시는 마음입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마음을 하심下心이라고 합니다.
아래 하下에 마음 심心 그러니까 아래로 향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주님처럼 이런 마음 곧 하심下心을 지녀야 하고,
이런 마음을 지니면 주님처럼 하느님께서 높여주십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마음을 지니지 않으면
우리를 아래로 떨어지게 곧 추락케 하십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는 아담과 하와를 생각하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당신의 모습대로 그리고 비슷하게 만드신 저희를 낙원에 두셨으니
바로 당신 자신 때문에 당신께 감사드리나이다.
그런데 저희는 저희의 탓으로 추락했나이다.”(미인준 회칙 23장)
그런데 이렇게 추락케 하심은 하느님의 산
곧 낙원에 다시 오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얘기했듯이 하느님의 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인간의 산에서 내려와야 하고 산과 산 사이에 계곡이 있듯이
인간의 산과 하느님의 산 사이의 계곡을 건너야 하고 심연도 건너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험하는 수많은 추락은 나의 탓이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며, 벌로 주시는 것이기도 하지만
은총으로 주시는 것이기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다시 앞에 한 얘기로 돌아가면 낮추는 것은 비굴卑屈해지고
비천卑賤해지는 비하卑下 아니라 하늘로 오르기 위한 Kenosis,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그 비허卑虛입니다.
주님의 이 하심과 비허를 배우기로 다짐하는 오늘입니다.
주님의 산에 오르기 위하여 내려 올 것도 없는 저도 주님의 Kenosis를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등산의 기쁨보다 하산의 하심을 맞보는는 자 되게 이끌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