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그러나 저 세상에 참여하고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제가 매일 복음을 묵상하고 강론을 이곳에 올리는 것은 보통 이런 식입니다.
전날 복음묵상을 인터넷에 올린 다음 바로 다음 날 복음을 읽고
그래서 하루 종일 생각이 날 때마다 다음 날 복음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주제가 어렵거나 강렬할수록 하루 종일 그 복음을 가지고
끙끙거리거나 자주 묵상을 하게 되는데 오늘 복음도 그런 것이어서
어제 하루 종일 틈나는 대로 씨름하듯 묵상을 하였고 잠결에도
묵상을 하였으려 제가 20 대로 돌아가 어떤 여성 피아니스트의
사랑어린 피아노 교습을 받는 꿈을 꾸다가 깼습니다.
저는 잠을 깊이 자기에 여간해서는 꿈을 꾸지 않는데
그런데 오늘은 꿈을 꾸었고 생각까지 선명하게 나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고,
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 연애하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이 떴을 때 오늘 복음 묵상의 결론과 같이 탁 떠오른 생각도
<마음껏 사랑하라! 그러나 붙잡지도 말고 매이지도 마라!
뜨겁게 사랑하라! 그러나 고이지 않고 흐르게 하라!>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저 세상에서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이런 사람은 시집장가 가는 일이 없고
천사처럼 죽는 일도 없으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이 세상과 다른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이 세상에서는 사랑을 하여 시집장가를 가고 그래서
누구의 아내와 남편이 되고 엄마와 아버지가 됩니다.
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은 이런 인연과 관계를 충실히 사는 것이고,
관계를 충실히 산다는 것은 성숙하게 사랑을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성숙하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국에도 가고
천국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 그러니까 하느님 나라의 사랑으로 성숙해진 사랑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사랑입니다.
나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너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사랑이라는 말이며,
나는 더 이상 내 엄마아버지의 자녀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이고
지금의 내 아들딸도 더 이상 내 자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라는 뜻이지요.
참 궁금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것이 제가 지금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데 오늘 주님 말씀대로라면
제가 천국에 가서 저의 어머니를 만나도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의 똑같은 자녀로 만날 것이라는 얘긴데 정말 그럴까요?
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제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정 떼기를 했지요.
그런데도 아직 미숙한 저의 사랑으로는 엄마가 사라지는 것이 싫습니다.
진정 엄마가 사라지고 하느님 아버지만 있어도 될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경우는 여러분의 자녀가 사라지고
같은 하느님의 자녀인 형제만 있어도 될까요?
이런 의문을 남기는 오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