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협동조합을 돕겠다는 단체가 있어서 명동성당에 갔는데
가는 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개신교 신자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불신지옥 예수천국’을 외치는 사람들인데 듣는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나의 선교나 해야겠다는 자들이지요.
전에 언젠가 길을 가는데 웬 할머니가 얼마나 힘이 좋은지 ‘불신지옥
예수천국‘을 지치지도 않고 소리 지르며 가니 지나가던 어떤 남자가
시끄럽다고 하였는데 그랬더니 그 할머니가 그 남자에게 ‘너도 지옥’
이러고 계속 외치며 가는 거였습니다.
이것이 선교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선교를 했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입니까?
어제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그런 사람이 여럿이었다는 점입니다.
옆에 누가 이미 있으면 다른 데 가서 할 것이지 근처에서 똑같은 짓을
하니 좋은 것도 과잉은 안 좋은데 꼴불견의 과잉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드디어 아테네까지 갔고,
돌아다니며 그들의 예배소를 살펴봤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 아테네 시내를 죽 둘러봤나봅니다.
아테네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성령께서 바오로 사도가 어디로 가는 것은 막고,
어디로 가게 해서 거기서 말씀을 선포했다는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에
바오로 사도가 계획이나 준비나 생각 없이 성령이 시키는 대로
다시 말해서 거의 즉흥적으로 성령에 이끌려 선포하는 것 같은데
오늘 얘기를 보면 어떻게 해야 아테네 사람들에게 선포가 먹힐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종교심이 있다는 것을 칭찬하며 선포를 시작하는데
이 칭찬은 그저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도 없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알지 못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있음을 칭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칭찬꺼리가 됩니까?
그것은 하느님의 신비영역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배움과 올바른 학생은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인정할 줄 압니다.
안다고, 다 안다고 하면 더 알려고, 배우려고 하지 않고 주장을 할 것이고,
그래서 그 배움에 확장성이 없고, 일부 아는 걸 가지고 전부라 주장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할 때 그것이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자신을
알라는 것이고 그러니 자신과 모르는 것을 더 알려고 노력하라는 뜻인데
광신적 믿음이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자신을 모르고
잘못 알거나 일부 아는 것을 주장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테네 사람들은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신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신비에 열려있고 그래서 종교심이 있고 그 믿음에 확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 사도 바오로는 중요한 말을 다음과 같이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찾게 하려는 것입니다.
더듬거리다가 그분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다 알지 못하지만 그 하느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기에 알지 못하는 채 만나고 더듬더듬 체험적으로 알아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겸손한 할머니들이 똑똑한 신학자보다 하느님을 더 체험적으로 알고,
광신자들처럼 주장하지 않는 믿음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에게 한 수 배우는 우리라면
우리도 조금 아는 하느님을 주장하지 말 것이고, 모르는 것을 배울 것이며,
조금 안다고 자기주장 하지 말고 모르기에 믿는 하느님을 선포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르기에 믿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는 일리를 지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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