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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토요일-요한 수난기 묵상

by 당쇠 posted Apr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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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예수님께서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그날은 유다인들의 준비일이었고 또 무덤이 가까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다."(요한1931-42)

같이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들보다 먼저 돌아가신 바람에
주님, 당신의 다리가 꺾이지 않은 것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더 다행한 일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
언젠가 당신을 찾아왔던 적이 있는 니코데모가 있어서
당신의 장례를 치룰 수 있었고,
마침 근처 정원에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빈 무덤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그 무덤에 당신을 모셨습니다.

당신을 무덤에 모시고 돌아온 그 날 이후,
제 마음도 한동안 무덤 상태였습니다.
무덤은 죽은 자를 묻는 곳.
당신을 제 마음에 묻었으니 제 마음은 당신의 무덤이었지요.
당신은 그때 정말 제 마음 안에서 죽어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무덤에서 생명이 준비 중인 줄 몰랐습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새로운 생명이 준비 중이었던 것이지요.

헌 생명, 낡은 생명은 돌아가셔야 했고,
그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희의 욕망 때문에,
당신께 대한 인정 때문에
저희가 놓지 못하는 당신은 돌아가셔야 합니다.
놓지 못하는 것이 비록 당신께 대한 사랑일지라도
당신은 돌아가셔야 합니다.
당신은 죽음의 원형을 보여주시고,
새로운 생명의 원형도 보여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붙잡는 베드로를
당신은 단호하게 사탄이라고 하셨던 것이지요.

그러나 저희의 의지가 당신을 놓는다 해도
당신의 잔상, 잔영이 오랫동안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잔상이 없다면 사랑도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잔상이 오래 남는 만큼
사랑이 컸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당신께 대한 사랑 만큼 당신의 잔상이 오래,
아니 영원히 남는다 해도 잔상은 과거 지향적이고,
과거 회귀적인 영원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매 순간 저희 안에 새롭게 태어나시는 영원이어야 합니다.
수 없이 죽으셨다가 수 없이 다시 살아나시는 영원이셔야 합니다.
이제 저는 이런 영원을 더 사랑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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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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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4.11 15:11:40
    순간순간 내가(caro) 죽어서
    매일매일 부활되어 새롭게 태어나
    영원이신 주님만을 사랑 하겠습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4.11 15:11:40
    그렇습니다.
    주님은 매순간 제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시는 영원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 매순간 죄를 짓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또 하느님은 용서의 하느님이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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