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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1주 월요일-물들어 올 때 노 젓자!

by 당쇠 posted Jun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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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재속 프란치스코회 영적 보조자로 있을 때입니다.
남자 형제들의 단합과 분발을 위해 바닷가로 피정을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서 회와 함께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썰물과 밀물이 있는 서해안에서
상당히 낭만적이고 시적 감흥이 있으신 형제님께서
건배를 제의하셨습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자!”
그때 그 제의의 뜻은 제가 대전을 떠나면 소용없으니
제가 대전에 있는 동안 같이 한 번 잘 해보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뜻에서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때가 있습니다.
물 빠지고 나서 노 열심히 저어봤자 소용이 없지요.
그래서 대전 지구 총회를 하며 앞으로 3년의 구호로
“물 들어 올 때 노 젓자!”를 정했습니다.
때를 놓치면 소용없으니 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앞으로 3년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뜻이었고,
분산된 힘을 모아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주변의 분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쓸모 있을 때 저를 써먹으세요.’라고 얘기합니다.
이 말은 자신에게 득이 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그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하는 것도 얼마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안 가서 저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불필요한 존재를 넘어서 짐이 되는 존재에 불과할 것입니다.
늙어 냄새 난다고 싫어들 할 것이고
새로운 제품에 밀려 쓸모도 없고 처리할 수 없는 골동품처럼
이내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 바쁘고 힘들어도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할 때 남김없이 다 드리자는 뜻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줄 때와 줄 수 있을 때가 있다면
받을 때와 받을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배움과 같습니다.
늙으면 못 배웁니다.
나이 먹어 미국에 갔더니 젊은 사람들보다 더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말이 늘지 않아 저의 영어는 요 모양 요 꼴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일찍 미국에 갔으면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더 일찍, 20대 때 유학을 가라고 했을 때
저는 갈 필요성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20대 때가 제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최선의 때였는데
그때는 그것이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그래서 선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더 나중에 배우지 않고 그때 배웠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나중보다는 지금이 빠르고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요.

그러니 지금이 바로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은총이고
지금 이 기회가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은총이고
지금 이 사건이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은총입니다.
시간이 지난 먼 훗날 지금을 생각하며
“그 때 그것이 은총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도 은총이지만
지금, “지금 이것이 은총이다.”고 말할 수 있음이 더 은총입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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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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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나그네 2009.06.15 10:35:02
    지금 이 사람이, 지금 이 사건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라는 말씀,
    가슴에 담습니다.

    오늘 하루, 그분의 은총으로 그 은총을 깨닫게 되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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