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생각하기에 종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되는데
주님께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행복한 종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주인이 이 세상의 악독한 주인이라면 그 종이 행복할 수 없겠지만
하느님이 주인이시라면 그 종은 행복할 수 있다는 말씀이겠습니다.
그런데 어제 복음의 행복한 종과 오늘 복음의 행복한 종이 다르고
그래서 행복한 이유도 다릅니다.
어제 복음에서는 주인이 돌아올 때 기다리고 있다가 맞이하는 종입니다.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주인이 돌아올 때 충실하게 일하는 종입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그러니까 어제의 종은 주인을 사랑하고 주인의 사랑을 받는 종이고,
오늘의 종은 주인이 맡긴 일을 충실하게 완수하는 종입니다.
둘을 종합하면 종은 사랑과 일의 종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에 대한 정확한 가르침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랑과 일이라고 하지요.
다시 말해서 인간에게는 두 가지 형태의 만족이 있는데
사랑의 충만으로서 만족과 일의 보람으로서 만족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더할 수 없는 충만을 느끼게 되고,
또 일을 한 뒤에는 성취감으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데
여자는 남자보다 사랑을 하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데 비해
남자는 일 하고 난 뒤의 보람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편이라고 하지요.
문제는 사랑한다고 다 충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한다고 다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특히 오늘 복음에서 충실히 일한 종의 행복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일을 노예처럼 할 수도 있고 그때 일한 뒤의 보람은 없지요.
옛날 제가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일 할 때의 얘깁니다.
낮엔 그곳 분들과 일하고 밤에 교리도 하고 미사도 드리곤 했는데
해뜨자 마자 일을 나가 하루종일 할머니들과 마늘을 캐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마늘을 캐다말고,나는 사람이 아니고 소야!
노상 먹고 일만 하니!하고 푸념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너무 큰 충격이었데 저는 그 말씀이 십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도 신품 받기 전에 가방 만드는 공장에 다닌 적이 있는데
눈 뜨면 시작하여 잠 자기 직전까지 하루에 거의 16시간 일하였지요.
일의 노예지 무슨 보람이 있고 일의 행복이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일의 노예가 되면 안 됩니다.
일의 노예든 1독서 로마서가 얘기하는 죄의 노예든 노예가 되면
행복할 수 없으니 아무리 내가 종일지라도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종이고,종이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종일지라도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하고,
하느님을 주인으로 모시면 하느님은 악독한 분이 아니시기에
오늘 로마서의 말씀처럼 그분께 순종하는 종, 충실한 종이 되면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집사로 승진할 수도 있습니다.
집사란 종 중에서 뽑힌 종이고 하느님의 소명을 받은 종이지요.
그런데 건방지게도 집사건 뭐건 나는 종이 싫다고 하며 마치 내가
주인인 양 종들을 부리면 벌받게 될 거라고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종이지만 품위를 잃고 노예로 전락해서도 안 되지만
겸손을 잃고 주인인 양 함부로 나대서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어제와 오늘을 종합하면 우리는 종인데
어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주님을 사랑하고 사랑 받는 행복한 종이라면
오늘은 겸손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상을 받는 행복한 종입니다.
(시대착오적인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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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신자들이 원하는 때가 제 때이고 하느님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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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종과 순종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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