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밤새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런가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성을
비관적이랄까 성악설적이랄까 아무튼 안 좋은 쪽으로 성찰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
인간은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싸운다.
싸우지 않으면 죽을 때가 다 된 것이다. 뭐 이런 식의 생각들인 것입니다.
실로 양로원에 가면 그렇게들 싸우시는데
돌아가실 때가 되면 싸우시지들 않습니다.
그래서 양로원 종사자들끼리는 농담반진담반으로
아직 힘이 있으시니 싸우신다고 좋게 얘기합니다.
저도 힘이 있으니까 싸운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 싸움이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중심적인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지만
하느님 중심적인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의나 공동선을 위해 싸운다고.
실로 안타까운 것은 자기 이익과 관련해서는 조그만 손해가 와도
그렇게 사납게 싸우지만 자기 이익과 상관없는 사회정의나
하느님 나라의 의와 관련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자기에게 손해가 올까봐 몸을 사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와 상관없는 일,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나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일에는 힘을 조금도 쓰고 싶지 않은 것인데
다르게 얘기하면 남의 일로 내 평화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평화를 좋아하고 싸우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고요.
또 다른 차원에서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평화를 택하기도 합니다.
나하고 가까운 사람과 싸우기 싫어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모와 자식 간에 또는 고부간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싸우려 하지 않는데 사실은 거짓 평화입니다.
왜냐면 사실 자기가 싫은 것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때문에는
그렇게 잘도 싸우면서 사회정의나 하느님 나라의 의와 관련해서는
싸우려들지 않고 그런 것들로 관계가 깨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은 거짓 평화일 뿐 사랑을 해서 싸우지 않는 것이어야
진짜 평화이고, 하느님 나라의 의와 부합해야 진짜 평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인은 오늘 주님 말씀처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희생할 수도 있지만
하느님 나라의 의를 위해서는 불처럼 일어나 싸울 수 있는 힘,
갈등의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이런 힘이 신앙인에겐 있어야 하고,
이런 힘을 바탕으로 싸워 높은 차원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고, 어떻게 지닐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자기애를 넘어서는 참 사랑, 더 큰 사랑이 있어야만 되고,
오늘 주님 말씀처럼 성령의 불이 타올라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바른 말을 잘하고 사회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정의감이 대단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많은 경우 그들은
싸움꾼에 불과하고 진정한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성령의 사랑, 성령의 불에 의한 정의와 평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사랑에 의하지 않으면 분열만 있지
분열을 이겨내고 넘어서는 일치와 평화는 없습니다.
제가 옛날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일부 사람과 갈라서게 된 것이 바로
평화를 지향하지 않는 정의, 어쩌면 정의도 고작 불의를 고발하는 정의에
불과하기에 평화를 지향하는 프란치스칸으로서 같이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정의와 평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오늘 주님 말씀입니다.
(영적인 불연재)
http://www.ofmkorea.org/160106
17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화이부동和而不同)
http://www.ofmkorea.org/112882
16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지식을 뛰어넘는 사랑)
http://www.ofmkorea.org/94708
15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무죄함의 성화가 아니라 사랑의 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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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불을 지르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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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평화로워야 할 것과 평화롭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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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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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하느님의 불이 내 마음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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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거룩한 분열, 맞불을 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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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온갖 충만하신 그리스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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