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믿음이 정착할 땅
내 안에서 발견한 하느님
내 밖에서 발견한 하느님
나는 그 가짜 하느님을 버렸다.
내 상처와 불안이 만든 하느님은
내 믿음이 정착할 땅에 계시지 않았다.
회개와 변모를 피하려는 방법으로 싸우거나 도망치게 만든 것은
내가 하느님이라고 믿어 온 가짜 정체성이었다.
수치와 상처를 주는 이들을 십자가에 못박으려는 분노와
불안과 두려움을 몰아내려는 내면의 적들이 만든 하느님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을 때는
자만심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물리쳐야 할 원수들은 내 밖에 있었다.
불의하고, 억압하는 자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자들과 소위 나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저항하고, 싸우는 것이 하느님을 위한 일이며,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안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 고통과 수치심을 감추려는 동기가 숨어있었다는 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그것은 하느님을 위한 나의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의롭지도 순수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았다.
악을 저지르는 자와 구분되는 의인이 아니기 때문이며
어느 한 부분은 악에 동조하거나 악에 가담하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평화는 긴장에서 해방됨으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더불어, 긴장 가운데서 온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한쪽 편을 미워하고 거부하게 만드는 자기 우월성은
누군가를 교정해주고 통제할 대상을 찾게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의 내면의 수치심을 없애주고 불안감을 덜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삶은 진실의 바닥에서 나온 것이기에 나의 거울이 되었으며
진짜 나를 알게 해 주었고 하느님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도록 해 주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과 성프란치스코를 통해 드러난 삶의 모범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도록 나를 내어주는 가난을 통해 아버지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도록 일깨워 주셨다.
육화의 신비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나의 적은 바깥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되면서
나를 중심으로 구축하던 모든 에너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성령의 빛 안에서 내 믿음이 정착할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은총의 선물과 에너지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관계된 이들 안에서 내어주고 쏟는 일이 십자가의 예수님으로부터 나에게 온 것이다.
상처 입은 의사는 이제 내가 살아야 할 모습이 되었다.
살리기 위해서 피 흘리는 현장은 내가 사는 여기다.
내 믿음이 정착할 땅은 죽음의 형장이 기다리는 삶의 현장이다.
수치를 드러내는 이들과 불안을 주는 외적인 적들의 한 가운데서
평화와 자유와 기쁨을 드러내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주님의 영께서 그 일을 하도록 내 안에서 부추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