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공현 시기에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요한 서간을 특별히 읽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군중에 대해 가엾어하시는 주님께서 가르침을 주시고
굶주린 이들을 먹게 하시는 복음을 듣는 데는 전례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것은 어제도 얘기했지만 성탄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오셨고,
공현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났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간은 사랑은 사랑이신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고,
이 사랑의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사랑을 받아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또 어떻습니까?
목자 없는 양들에게 목자로 오시어 말씀에 굶주리고 양식에 굶주린 양들을
가엾어하시고 배 불리실 뿐 아니라 제자들도 같이 사랑을 실천토록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초대하시는 주님에 대한 얘기를 전합니다.
그렇습니다.
공현이란 드러남인데 주님은 당신의 가엾어하는 마음을 드러내시며
가엾은 양들을 당신 식탁으로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주님의 식탁은 늘 두 가지로 차려집니다.
말씀의 식탁과 빵의 식탁입니다.
우리 미사로 치면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입니다.
오늘 복음을 자주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통칭하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시는 주님 사랑만 부각시키는데
주님은 분명 빵으로 배 불리시기 전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무지렁이와 가난뱅이 중에 어떤 것이 더 가여울까요?
가난한 사람이 배우지도 못하고 굶주리기도 하니 이 둘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옛날 어른들을 보면 가난하기에 자식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도 계셨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을 돈벌이시키지 않고,
당신은 굶어도 자식을 공부시킨 부모도 계셨던 것을 보면
무지렁이의 설움이 더 서러운 것이었나 봅니다.
사실 얼마나 모르는 설움이 컸으면 그리했겠습니까?
아무튼 주님께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고 하는데 뭘 가르쳐주셨을까요?
주님의 가르침은 분명 현세에서 돈 버는 법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런 저차원적이 것은 아닌 행복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며
행복도 현세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진복에 대한 것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마태오나 루카 복음에 있는 행복선언이 마르코 복음에는 없는데
그 행복선언과 참 행복의 길을 오병이어 기적 전에 가르쳤을 것입니다.
시편을 보면 "당신의 도를 제게 가르쳐주소서."라는 기도가 있는데
도란 말이 우리말로는 길이고, 하느님의 도란 바로 행복도이겠지요.
행복도幸福道란 물론 제가 만든 말로서 행복의 길이라는 뜻이고,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이 행복도를 알 때 우리는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사실 행복의 길을 모르면 돈이 많아도 불행하지만
이 행복의 길을 알면 가난해도 행복하고,
이 행복의 길을 알면 배불러도 불행하지만
이 행복의 길을 알면 배고파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저 먼저 배부르게 하시지 않고
행복의 길을 가르쳐주신 다음 배부르게 하신 겁니다.
우리가 현세에서 부자이고 배부른 것이 꼭 나쁘다거나
심지어 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행복의 길을 모르는
부의 축적과 호의호식은 배부른 돼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심지어 불행한 호의호식과 부의 축적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거기에 더 얹어서)
http://www.ofmkorea.org/183610
16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사랑할 때 알고 사랑하는만큼 아는 사랑)
http://www.ofmkorea.org/85709
15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되돌리는 사랑, 나누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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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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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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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실패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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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사랑을 해야 사랑을 알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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