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나 얘기를 하며 하느님을 열매 맺는 돌계집 얘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한나 얘기를 통해 하느님을 열매 맺는 기도 얘기를 해보렵니다.
한나는 기도의 열매를 맺은 데 비해
우리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도가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의 의미는
우리가 청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꼭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청한 것과 다른 것일지라도 열매 맺을 수 있고,
아무것도 청하지 않아도 기도가 참 기도라면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열매 없는 기도란 기도를 했는데도
마음의 평화가 없고 사랑이 생겨나지 않으며,
지혜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알로 치면 무정란입니다.
알을 품고 있는데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지 않는다면 무정란이지요.
옛날에 저희 수도원에 카나리아를 키울 때 지금은 돌아가신 신부님이
키우면 1년에 4번 이상 새끼를 까던 새들이 제가 키우면 알도 낳고
품기도 하는데 한 번도 새끼를 까지 않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먹이를 잘못 주거나 적게 주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정란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도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를 의무로 합니다.
이 경우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의무를 한 것이기에
의무를 다했다는 안도감이나 고작 죄 짓지 않았다는 마음뿐
기도를 매일같이 꼬박꼬박해도 아무런 열매가 없습니다.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한 경우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의무 기도와는 달리 마음의 평화 같은 열매가
있기는 하지만 하느님을 만나는 열매는 없습니다.
대화의 경우 혼자 말하는 독백처럼 명상도 혼자 하는
자기 수행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이거나 대면이지요.
반드시 하느님을 상대하고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한나는 제대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전에서 기도할 때 그는 마음이 쓰라려 흐느껴 울며 기도했지만
입술만 움직이며 속으로 기도했기에 사제 엘리는 술취한 줄 알고
나무라는데 이때 한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마음이 무거워 주님 앞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당신 여종을 좋지 않은 여자로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너무 괴롭고 분해서 이제껏 하소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님 앞에서>입니다.
주님 앞에 있기만 해도 기도가 되고 열매를 맺게 되는데
마음까지 털어놓으면 그 기도는 어떤 기도보다 훌륭한 기도가 됩니다.
오늘 한나의 경우 기도로 마음을 털어놓는데
마음을 털어놓기 전에는 분노로 차 있었지만
기도를 함으로써 마음을 털어버립니다.
이렇듯 기도는 분노의 마음을 하느님께 털어버리는 것이고,
이때의 기도는 분노의 기도이고 불풀이 또는 화풀이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로 분노의 마음을 털어버리고 풀어버리면 이제 분노로
가득 차 있어서 하느님 계실 자리가 없던 마음에 하느님이 계시게 되지요.
오늘 우리도 한나처럼 무거운 마음을 하느님께 털어놓도록 하십시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