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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3주 목요일-눈물

by 당쇠 posted Nov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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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이 말씀은 예루살렘 입성을 앞둔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대해 눈물을 흘리시며 하신 탄식입니다.
루카 복음에 따르면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첫 복음 선포를 하신 후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해 가는 전도 여행을 하십니다.
말하자면 저 땅 끝 해남에서 전도 여행을 시작하여
전국을 돌고 돌아 서울을 향해 가시는데,
지금은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남태령에 와 계신 것입니다.

저는 자주 밤 등산을 합니다.
안산을 가든 북한산을 가든 꼭대기를 오르면
서울이 한 눈에 보이는데 그 화려함이 눈부셔 감탄이 나옵니다.
어제도 저녁을 먹고 북악의 팔각정을 올랐습니다.
구름도 없고
찬 공기 덕분에 공해도 없어서 야경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일찍 연말 기분을 내는 조명들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묵상을 하면서 올랐기 때문인지
그 화려함 뒤에 있는 서울의 어두움이 떠올랐습니다.
30여 곳에 이르는 뉴타운 개발로 거리로 내몰리는 가난한 사람들.
그 대표적인 희생자들인 용산의 희생자들과 그 남은 가족들.
얼마 전 용산의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에 갔을 때 본
그들의 눈물과 그들의 저주가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의 눈물은 이들의 눈물에 대한 눈물이요,
이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이들에 대한 눈물입니다.
예수님께는 눈물을 흘리는 이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나
똑같이 안타깝고 애처롭고 그래서 그들 모두에 대해 우십니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은 내용이 다릅니다.
눈물을 흘리는 이에 대한 눈물은 그들의 고통에 대한 눈물이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들에 대한 눈물은
그들의 죄악에 대한 눈물입니다.
죄지은 사람과 그의 악에 대해서까지 우는 것이 주님의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사람도 죄인도 죄악에 대해서 분노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죄악에 대해서도 분노할 수 없고
죄인에 대해 눈물을 흘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눈물을 흘리는 이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진복 선언이 얘기하듯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웃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짜 주님의 눈물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예루살렘에 대한 눈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것을 보는 눈이 가린 예루살렘이 너무 안타깝다 하십니다.
없는 자를 악이 바치게 만드는 가진 자의 죄악도 문제지만
악이 바쳐 악에 대해 악으로 되갚는 없는 자의 저주도 문젭니다.
사랑이 없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람이나
다 평화의 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욕심에 눈이 가려 평화의 길을 모르건
분노에 눈이 가려 평화의 길을 모르건
그들은 모두 평화의 길을 모르고
결국 서로를 파멸하는 길을 갈 것입니다.

이 아침, 저는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다른 사람을 악 바치게 하고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 이 아침, 희망합니다.
이런 저에 대해 통회의 눈물을 흘리는 제가 되기를.
모든 이가 평화를 이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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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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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11.19 14:28:53
    어떤 이유에서 든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주어 눈물을 닦아 줍니다.

    연말을 장식하는 예쁜 조명 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조몀 뒤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기억 합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11.19 14:28:53
    그렇습니다.

    태클을 걸어오는 상대방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런 제 꼴에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질퍽거리는 제 자신을 바라보는 아픔이 있습니다.

    댓글을 쓰면서 문득 제 자신이 그렇게 이중의 화를 내며 질퍽거리는
    그 밑바닥에는 참으로 자기중심적인 욕망으로 곽 차 있구나! 하는 거지요.

    왜냐하면 사람답게 살고 싶고 구원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봄 없이 오로지 자신만 구원받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앞섰을 뿐이었음을 알아차린 거지요.

    가닥을 잡지 못하던 자신의 생각을 댓글을 쓰면서
    정리하는 이 장이 저에게는 은총이란 생각이 드네요.
    학생이 예습 복습을 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린 마음에 하기 싫은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없는 자를 악이 바치게 만드는 가진 자의 죄악도 문제지만
    악이 바쳐 악에 대해 악으로 되갚는 없는 자의 저주도 문젭니다
    욕심에 눈이 가려 평화의 길을 모르건
    분노에 눈이 가려 평화의 길을 모르건
    그들은 모두 평화의 길을 모르고
    결국 서로를 파멸하는 길을 갈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다른 사람을 악 바치게 하고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 이 아침, 희망합니다.
    이런 저에 대해 통회의 눈물을 흘리는 제가 되기를.
    모든 이가 평화를 이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되기를.“ 이아침에 청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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