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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4주 화요일-때의 결정 , 때의주인

by 당쇠 posted Nov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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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의 결정.

여러 가지 때가 있습니다.
밥 먹을 때,
기도할 때,
잠잘 때,
만날 때,
죽을 때 등.

성서 희랍어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말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Chronos입니다.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입니다.
다른 하나는 Kairos입니다.
주관적인 시간,
그러니까 나에게 좋건 나쁘건 의미 있는 시간, ‘때’입니다.

어제는 어떤 자매님한테서 전화를 받았는데
“신부님, 오늘 축하드려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제가 축하를 받느냐고 했더니
한우리 카페를 시작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11월 1일은 평화 봉사소가 축복식을 한 날이고
작년 11월 23일은 한우리 카페가 시작된 날입니다.
그러니까 이 날들이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1월 어느 날이었지만
저에게는 오랜 갈망이 이루어진 의미 있고 중요한 때, Kairos였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영원한 반려자를 만난 Kairos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를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 때를 압니까?
작년 11월 1일 평화 봉사소 축복식을 하게 된 것은
저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거의 끝장이 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의 뜻이면 되겠지 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축복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평화 봉사소를 하게 됨도 하느님의 결정이요,
평화 봉사소를 시작하게 된 때도 하느님의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 정부가 방북을 불허하여
평화 봉사소가 중단되었고 안동 대마 회사도 어렵습니다.
언제 다시 열릴지 영영 그만 두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저의 결정 사항이 아니고 하느님의 결정 사항입니다.
밥 먹을 때와 잠 잘 때와 일러날 때와 같이 많은 것들은
우리가 그 때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들은
우리가 그 때의 주인이 아닙니다.
우리가 태어난 때를 우리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죽는 때를 우리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때의 주인은 하느님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그 모든 때에 순종할 뿐입니다.
이 가을에 나무들이 하느님이 정해 놓으신 때에 순종하여
자신의 이파리를 미련두지 않고 떨구는 것을 보았듯이
우리는 우리의 그 어느 때의 주인이 아닌 종으로서
그 때에 순종할 뿐이고
그 때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 뿐입니다.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의미 있게 사는 것,
의미 있는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기념하는 것,
어느 순간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Kairos를 의미 있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한우리 책임자요 카페 지기인데도
그 의미 있는 때를 놓쳤는데
어제 저에게 전화를 준 그분은 그것을 기억하셨으니
그분은 정말 Kairos를 잘 사는 분입니다.
대체로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이 결혼기념일을 잘 기억 못한다는데
저도 남자라서 그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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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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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09.11.24 09:01:31
    그렇습니다.

    종말이 언제 올지 모르기에,
    나의 생명을 스스로 연장할 수 없는 ,
    삶의 끝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바로 오늘, 이 순간에 회개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정리를 잘 안하는 게으름이 있어
    책상위에는 보던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두서없이 늘어 놓은 책상정리부터하고,
    그리고 영혼의 목욕도 해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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