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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대축일(거울이신 예수님)

by 참이슬 posted Dec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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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탄 대축일 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

오늘 그리스도 탄생하셨고 구세주 나타나셨도다.
하늘에서 천사들이 노래하며 대천사들이 즐거워하고 의인들이 기뻐 춤추며,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이라 노래하는도다. 알렐루야.

예수님이 탄생하신지 이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이들이 종교를 초월하여 축제를 지내고 경축행사를 거행하며
기쁨의 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며 춤을 추고 기도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덩달아 기뻐하며 행복해 한다면, 이 무슨 바보 천치란 말입니까?

한 해 동안 나는 어디에서 기뻐하고 행복했는지 잠시 지난 시간을 더듬어 봅니다.
수도원 안과 밖에서 많은 일상의 체험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쪽방체험은 저에게 아주 큰 기쁨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 곳에 계신 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힘들게 살아오다
어느 수사님과 자매님의 도움으로 노숙의 단계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해 함께 의지하고 계셨습니다.
그분들을 외적으로 바라보아도 무언가 모자라 보이고, 말투도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삐뚤하며, 옷에서 냄새도 날 것 같은 이미지를 누구나 떠올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외적으로 가진 돈이 없고, 한글도 잘 읽을 줄 모르며
주민등록증도 없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그분들의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강력한 복음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진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에 있으면서도 내가 부족한 것을 더 가지려고만 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거나 감사하지 못하는 저의 욕망은 항상 공허함으로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행복과 기쁨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성녀 글라라도 프라하의 아녜스에게 보낸 넷째 편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울을 매일 같이 들여다보며 자신을 치장하라고 하십니다.
거울의 맨 밑에는 예수님이 얼마나 비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는지
그 복된 가난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거울의 중간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겪으셔야 했던 공생활 동안의
수고와 고통의 신비를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거울의 맨 위는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난
그분의 사랑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지금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임마누엘이신 그분을 바라봄으로써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신 그분은
가난한 모습으로 저에게 드러나고 계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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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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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웃지요 2009.12.26 19:33:58
    부당하게도 제가
    지금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임마누엘이신 아기예수님의 오심에서 비롯합니다.

    구유의 아기예수님을 보여주신
    참이슬님, 성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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