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기도와 감사송은 요한을 “그리스도의 선구자”이라고 합니다.
선구자先驅者란 어떤 존재입니까?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는 존재라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의 선구자란 그리스도보다 앞서 가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보다 앞서는, 우월하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런 뜻도 있지만
선구자에는 그런 뜻만 있는 것이 아니고
특히 그리스도의 선구자란 말 안에는 다른 뜻이 더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겪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겪음으로써 길을 닦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선구자란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할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각오하고 감수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등산을 할 때 앞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음이 빨라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길을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가기 때문에 앞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가는 사람에게 괴로운 것이 있습니다.
거미줄과 날 파리는 제일 앞서 가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구자의 진짜 어려움과 괴로움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이미 나 있는 길을 앞서 가는 어려움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어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홀로 길을 개척할 때 길을 잘못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길을 가는 어려움과 괴로움 정도를 넘어서
실패의 두려움이 늘 있습니다.
나만의 실패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잘못 인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므로 선구자는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이런 두려움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될 수 있고,
두려움을 각오하고 감수하는 사람이라야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려움을 각오하고 감수하는 것보다
선구자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확신과 열정입니다.
가지 않은 그 길이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이고,
가지 않는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열정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각오만으로는 새로운 길의 어려움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신과 남에게 행복을 주지 못합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비록 험하고 힘들더라도
이 길이 옳고 바른 길이요 행복의 길이며,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행복에로 인도하리라는 확신에 찬 열정과 사랑이 있어야지만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요한에게는 늘 두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그리스도의 길일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늘 그리스도를 뒤통수에 달고 사는 사람의 부담감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더 큰 확신과 열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확신과 열정,
주님 사랑 때문에 타오르는 열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는 미지근함 ,차가워지고 냉정함
주님사랑 하는 열정만 남겨 지기를 간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