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이 있다면
국화꽃 한 송이
나이 든 억새들의 머리카락
땅에 펼친 도화지에 하늘나라를 그리시는 분께서
오늘도 붓을 잡으셨다.
초원에 앉아 눈을 떠 보라
하느님의 아름다움
하느님의 넉넉하신 마음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땅에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신다.
온 산을 색칠하시고
저녁 하늘을 곱게 물들이기에 바쁘시다.
꽃을 가꾸시고
가을 청과에 신맛과 단맛을 골고루 섞으시며
곡식의 낱알을 배 불리신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꽃이 피며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
인간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돌보시나이까? (시편 8)
피조물과 일치하는 행복
피조물을 바라보는 행복
피조물을 맛보는 행복
피조물의 소리를 듣는 행복
피조물을 만지는 행복
사람들이 이 땅에 행한 온갖 파괴와 황폐 속에서도
아버지는 하시던 일을 계속하신다.
우상에 빠진 자들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귀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입
손이 있어도 만지지 못하는 손
사로잡히게 하고
노예로 만들어
파멸시키는 우상
눈앞의 이익과
눈앞의 즐거움과
눈앞의 편안함에 빠져
우상이 되어버린 사람은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어도
초대장을 버리고 제 갈 길을 간다.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