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고 있느냐?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관심사에 따라 보는 것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관심사가 클수록 보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일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매달려 있거나
잡착하는 어떤 것이 있으면 거기에만 몰두해서 본다.
푸른 하늘과 구름
사시사철의 날씨와 색색의 변화들
곱게 물든 단풍과 수북이 쌓인 가을 산의 낙엽
빈들의 평화와 석양에 저녁노을
은빛 머리 날리는 억새들
밤하늘의 은하수와 달과 별
꽃과 나무와 새들과 곤충들
바위와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
바다와 파도와 섬들과 크고 작은 배들의 운항
집짐승과 들짐승
강과 하천의 물고기
산안개와 물안개 핀 호수
채소밭에서 일하는 농부
부산하게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
시장 사람들
엄마 등에서 잠든 아이들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모든 것을 보려는 사람들
창조의 세계를 보지 못하는 것은
자기 세계에 갇혀 하느님 나라의 현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색깔과 모습이 어우러진 낙원이 곁에 있어도 보는 눈이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눈을 잃어버렸다.
들보는 안보이고 티만 보이는 것은 자기가 만든 감옥에서 보기 때문이다.
눈은 눈으로만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감각으로 보고, 생각으로 본다.
눈에 행복이 달려있다.
무엇을 보는가에 행복이 있다.
주의깊게 보면 보이고 내가 사라지면 낙원이 보인다.
눈은 마음의 등불
깨끗하고 가난한 마음은 현재의 진실과 속을 본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눈 자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은 지금 보는 눈에 달려있다.
기쁨에 찬 가난,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
하느님의 본성에 대한 원천의 그리움 안에서
나와 피조물을 보는 눈
무엇을 보고 있느냐?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루가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