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3주 목요일-평안과 평화에 대하여

오늘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는데

두 가지를 예루살렘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께서 찾아오시는 때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평화를 가져다주시는 주님이 찾아오셔도 그것을 모르고

내치는 예루살렘이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여 우시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주님께서 우신 울음의 의미는 이 정도로 일별하고

오늘은 평화와 평안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평안하기를 바라십니까, 평화롭기를 원하십니까?

제가 알기로 중국에 가면 우리의 주님의 평화 대신

'예수 평안'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러니까 평화나 평안 같은 뜻이 아닐까요?

 

제 생각에 비숫한 말이고 '평'자가 겹치긴 하지만

'안'과 '화'가 다른 만큼 다른 말인 것 같습니다.

 

"화'란 한자어 和이니 둘 사이의 관계적인 말입니다.

이 '화'자가 들어가는 말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지요.

화해, 화목, 화합, 조화와 같이 '화'란 관계가 좋은 것임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평화란 둘 사이에 관계가 좋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평안은 안 좋은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 평안한 겁니다.

그래서 평안은 평화보다 개인적이고

심지어 이기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웃과 공동체의 평안을 바라며 인사하고 기도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평안은 자기의 안전, 자기의 안락,

자기의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말씀 나누기에서 저는 <평화 이기주의>에 대해서 얘기한 바 있는데

나의 평안 또는 우리의 평화를 위해 보통 평화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평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평안은

우선 다른 사람을 거부하거나 배제하고,

다른 이의 평화나 평안도 무관심하거나 배제합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내 평안을 깨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기를 바라는 것인데

혼자 있으면 당연히 나는 평안하고 내 마음은 평화롭겠지요.

 

문제는 이때문에 Privacy, 곧 사적 공간이

우리 안에서 강하게 자리잡게 되는 거지요.

 

더 문제는 이 평화 이기주의가 나의 평안을 위해

다른 사람의 안전이나 안정을 희생삼는 것입니다.

 

우리의 안전은 위험한 일을 하는 이주민이나 가난한 이의 희생덕분입니다.

우리의 안락함은 청소 노동자의 희생 덕분이고

우리의 더럽고 위험한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로 수출한 덕분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다른 나를 침공합니다.

일본이 자주 자기 내부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화살을 밖으로 돌리려고

다른 나를 침공하곤 했는데 그것이 임진왜란이고 소위 대동아전쟁이지요.

 

이것은 나라사이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종종 나에게 돌려야 할 화살을 밖으로 돌려 싸우곤 합니다.

그 화살로 나를 쏘면 내가 아프고 상처받기에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인데 그 바람에 싸우게 되는 거지요.

 

내게 문제가 있는데 네 문제가 더 크다고 하며 가리려다가 싸우고,

내 탓이 더 큰데 네 탓이 더 크다고 그 탓을 넘기려다가 싸우는데,

이 평화 이기주의 때문에 주님께서 우심을 우리는 아파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