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오늘 복음은 짧지만 주님의 따듯하고 세심한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은 파견되었던 제자들이 돌아와 보고를 드린 것으로 시작되는데
보고를 들으신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수조차
없게 된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의 활동과 쉼이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저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 잘못을 하거나 잘못된 경우는
저 아닌 다른 누구 때문이거나 어떤 힘든 상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제가 맡은 많은 책임과 어려운 일들 때문인 것 같지만
오늘 제자들처럼 책임과 일들에서 물러나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
다시 말해서 피정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청원장을 할 때는 이것을 철저히 실천했습니다.
그러니까 매주 하루는 공동체를 떠나 양로원에 가서
말하자면 양로원 피정을 했는데 저도 할머니들께 사랑을 드렸지만
할머니들의 사랑과 주님 사랑에 제가 오히려 치유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인생을 잘사는 것이 거창한 것에 있지 않고 이 작은 것들의 성실한
실천에 있는데 그런데 저는 관구장 책임과 이후 많은 책임을 맡으면서
이 실천을 소홀히 해서 잘못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적인 게으름이 필요합니다.
삶과 활동을 영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일들을 게으름피우는 시간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에서 떨어지고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음으로써 우리는
객관적으로 그 일을 보고 무엇보다도 하느님 안에서 그 일을 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이
뒤바뀌지 않고,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될 일을 잘 식별하게 됩니다.
주님의 따듯한 사랑은 제자들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쉬려고 떠났는데 거기까지 사람들이 따라옵니다.
사랑이 부족한 저 같으면 쉴 틈을 주지 않는 그들이 징글맞고
짜증이 났을 텐데 주님 마음 안에서는 짜증이 나지 않고 연민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연민하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병고나 굶주림이나 가난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목자 없는 것이 가엾고,
그래서 병을 고쳐주거나 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들이 주님께 몰려든 이유였을까요?
제 생각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주님의 연민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 겁니다.
상당수는 영육의 병을 고쳐주거나 고통의 치유를 바라고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얼마나 목자가 없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나에게 몰려들까!
그러므로 우리도 불쌍함의 순서랄까, 연민의 순서를 다시 매겨야 할 겁니다.
우선 불쌍함의 기준부터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불쌍한 것은 가난하고, 병 들고, 장애가 있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불행한 사람이 불쌍한 사람이고,
가난 때문에 불쌍한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장애 때문에 불쌍한 것이 아니라 장애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방끈이 짧아서 불쌍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행복의 길인지 모르는 사람이,
무엇보다도 사랑이 제일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이 불행하고 불쌍합니다.
그러니 제일 불쌍한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르고 사랑할 사람도 없는 사람이요,
인생의 목자가 없는 사람, 참 목자이신 주님이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며,
그러니 제일 행복한 사람도 당연히 참 목자이신 주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받는 사람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듣는 마음과 분별하는 마음)
http://www.ofmkorea.org/316356
19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참 가여운 사람과 참 행복한 사람, 그리고 참 목자이신 주님)
http://www.ofmkorea.org/194225
18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듣는 마음과 분별력)
http://www.ofmkorea.org/117247
17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사람 피로증과 그 회복)
http://www.ofmkorea.org/98793
16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외딴 곳으로 가라.)
http://www.ofmkorea.org/86756
15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빵보다 귀한 가르침)
http://www.ofmkorea.org/74658
14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쉴 것인가, 놀 것인가?)
http://www.ofmkorea.org/60157
13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참으로 가엾은 사람은?)
http://www.ofmkorea.org/50739
12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외로움이 그리움 될 때까지)
http://www.ofmkorea.org/5546
11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찬미하는 입술의 열매인 사랑 실천)
http://www.ofmkorea.org/4823
10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영적 모라토리움Moratorium)
http://www.ofmkorea.org/3610
09년 연중 제4주간 토요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되도록)
http://www.ofmkorea.org/2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