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오는 길목, 서대문 농협 앞에 꽃들판매 좌판을 벌여놓은 요즈음. 그중에 눈에 들어 온 작은 키의 나무처럼 자란 「바질」이 눈에 띄었다. 조금 거금이라 사지는 못하고 저녘 식탁에서 그 야그를 했더니, 고맙게도 관구 봉사자와 경리 담당 형제가 선물로 사다 주었던 것.
그래서 방 창가에 놓은 첫 날, 물을 주다보니 웬 1.5Cm 정도 크기의 민달팽이가 눈에 띄었다.
"아니 욘석 좀 보게!" 민달팽이에 대한 안좋은 경험- 언젠가 모처럼 어렵사리 올라 온 귀한 난 꽃망울대에 달라붙어 다음 날 보니 댕강 잘라버린 게 아닌가? 아마도 달팽이 시식감으로 그게 좋았던 모양. 그래서 잡아다가 나무들이 많은 밖으로 내어보낸 경험이 있다.
바질의 여린 잎 향기가 코 끝을 얼마나 기분좋게 간드리는가! 이번엔 민달팽이가 눈에 띈 순간 아무런 생각없이 집어다가 창가 밖으로 던져버린 거다.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라고...그런데 곧 아차싶었다. 그곳은 바로 정원이 아닌 달팽이에겐 좀 거리가 먼 베란다 위인 거다. 달팽이가 빠른 걸음의 생명이라면 쉽게 정원에 닿을 수 있건만, 이 녀석은 작고 느린 걸음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꼬! 제대로 정원을 찾아나 가는 건지?
그 작은 민달팽이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거였다.
"내 이기심으로 이 사순시기에 무슨 몹쓸 행동을 자행했는고!? 어디 이 뿐이겠는가?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무심코 행한 이와 유사한 자신의 행함이 얼마나 많았을꼬! 때로는 인간으로 지내는 내 존재 자채가 얼마나 부끄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