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느냐? 봄밤의 소리
아름다운 세상 눈물 나게 하는 이들아
탐욕과 거짓으로 공정을 헤치고
희생양을 만들어 죄를 뒤집어씌우는 이들아
밤새 헤칠 궁리만 하더니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저들의 함성을 듣고
자신은 죄 없다고 손을 씻는 이들아
죄 없는 자들을 십자가의 형장으로 끌고 가는구나!
들리는 건 재난과 질병과 전쟁의 암울한 소식
말없이 생명을 내어놓는 어린양들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이들아
생명을 주신 분께서 십자가에 달리시어
죽으면서 살리는 새 창조의 역사를 시작하셨다.
들리느냐? 봄밤의 소리,
봉오리를 여는 소리
연두색 저고리를 지어 입히시는 바느질 소리
땅에서 뽑아 올려 물 대는 소리
눈물 나는 세상 아름답게 하시는 선하신 아버지께서
밤새워 입으로 숨을 불어 넣으시고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어루만지시더니
꽃으로 수놓은 앞치마를 두르시고
꽃으로 만든 식탁에서
꽃으로 만든 요리로
꽃들을 불러 먹이신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11,28-30)
온유하고 겸손하게 사는 법
죽으면서 살리는 법
죽기를 각오하면 사는 법
그 법은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할 수 없이 내놓는 생명이 아니라
선택하고 결단하고 책임지는 법이다.
애들아, 안심해라, 나 여기 있다.
십자가는 열쇠다.
내가 너희에게 이 열쇠를 주겠다.
이 열쇠로 학교 문을 열어라
십자가의 학교는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을 지고 가는 법을 배우는 학교다.
2021, 성지주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