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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터 닦기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Jul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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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터 닦기

 

믿는 이들 가운데는 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이성적 가르침과 진리의 말씀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세상의 생명 속으로 옮기는 이들과

너와 나의 관계가 생명의 말씀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일상 안에서 낙원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만든 법으로 자신을 가두고

바치는 일과 지켜야 할 규범으로 자신이 만든 원칙을 하느님의 법으로 만들어 놓고

그 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그것이 감옥인 줄 모르고 철저하게 그 법을 지키려다가

모든 에너지를 탕진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거룩한 의인들이다.

자신을 움직이는 현재의 행동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살고

자기의 이성을 믿지 않으면서도 판단과 행동들을 보면

결국 그것과 일치하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떠나 살고 있는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벗어난 교회 구성원들의 삶과 삶의 질적인 면면이

빛이 없는 어둠으로 인도하고 있는지,

자기에게 도취 된 이들이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자행하는 폭력과

통제의 무수한 화살들로 관계를 망치고 있는지,

 

자신의 가난에 정직하다면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가난은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그리스도의 말씀에 자신을 내어주고

자신을 사로잡고 있던 감옥인 나를 떠나도록 재촉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내면적 체험이 이르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며

일상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자주 체험하도록 매력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은총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이다.

가난은 그리스도께서 나를 도구 삼아 일하시도록 나를 통째로 내어드리는 일이다.

하느님의 은총의 통로가 되려면 철저하게 가난하고 정직할 필요가 있다.

은총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나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많은 양의 기도와 재물을 바치는 이들에게 조금씩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며,

완전한 사람에게 상으로 베푸신 것도 아니다.

 

은총은 업적과 공로에 의해 주어진 상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업적과 공로에 의해

우리에게 상을 주시거나 벌을 주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은총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에게 똑같이 주시는 아버지의 자비다.

 

우리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가장 확실한 도구는

가난하고 정직하며 겸손한 우리의 의지다.

그러나 우리가 구체적인 현장에서 그러한 삶에 직면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난에 저항한다.

왜냐하면 가난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한 고난이다.

하느님과 진정한 만남과 체험이 그것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체험 안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상처를 의식적으로 지닌 채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으로 상처의 흔적을 지니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말해주는 것은,

상처받은 치유자로 우리를 치유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중요하지도 않고, 거룩하지도 않으며, 신학 공부도 하지 않고,

영향력도 없으며, 교육도 받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말을 건네신다.

 

변화의 십자가를 회피하려는 어떠한 시도들도 우리를 낙원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영적인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가난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기 위하여 겪게 되는 고난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도구 삼아 이루시려는 자비와 선하심이

관계를 통하여 흘러가도록 하는데 가장 심각한 장애물은 이기 때문이다.

 

영성이 자라나도록 땅을 가꾸고 기초를 놓는 이들이여!

그 터전을 닦기 위하여 오늘도 필요한 고난을 받아들이는 이들이여!

온유하고 겸손하신 그리스도의 편한 멍에와 짐을 지는 이들이여!

그대들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나도 그대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며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와 동행 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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