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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13주일-주님을 따르려면

by 당쇠 posted Jun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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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양성을 담당하고 있을 때 제일 고민스럽던 일이
다름 아닌 성소 식별이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저만이 아니고 양성을 맡은 모든 사람의 것일 겁니다.
식별을 통해 수도원을 떠나라고 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어
어떤 양성 담당자들은 떠나라는 결정을 미루고
좀 더 기회를 줘보자고 합니다.
그에 비해서 저는 마음은 아파도 결정을 빨리 내려준 편이었습니다.
떠나는 것이 그 형제에게 더 행복이고
어차피 떠날 것 빨리 떠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매우 직관적인 사람이고
그래서 저의 직관력과 판단력을 믿기에
저는 그에 대한 성소 식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그러나 신앙적인 면에서는 늘 두려움과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나의 판단이 너무 인간적인 판단이 아닐까?”
“내가 하느님 대신 성소를 식별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가?”
“주님께서 당신을 따르겠다는 사람을 거절하셨을까?”
“주님께서 인간적인 능력이나 심성을 따져 제자를 삼으셨을까?”
뭐 대략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당신을 따르겠다고 적극성을 보인 이를
만류하는 듯한 얘기가 나옵니다.
“어디로 가시든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주님은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기댈 곳조차 없다.”고 답하십니다.
저는 그때 이 이야기를 아전인수 격으로 이해했습니다.
“주님께서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정에 누굴 제외하지는 않으시지만
모두 당신을 따르는 제자로 삼으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힘든 당신의 길을 아무나 따르라 하지 않으신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 말씀을 이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당신을 따름을 거절하신 것이 아니라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 큰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의 소신학교 입학 동기가 100명인데
끝까지 신부가 된 사람이 2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실 주님을 따름은 출발에서부터 끝까지 내내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따름은 출발부터 단호해야 합니다.
부모가 걸리고 사랑하는 여자가 걸리고 갖가지 인연들이 걸립니다.
그런데 주님을 따르려면 이 인연들을 죽은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 장례를 치루고 따르겠다는 사람에게
죽은 자의 장사는 죽은 자에게 맡기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무 짜르듯 단호히 끊지 않으면 따를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못할 짓하고 따라 나섰는데
따르는 과정도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보금자리 없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입니다.
나그네와 순례자로 산다는 것,
정처(定處)가 없다는 것,
이것은 종합적인 불안정(不安定)입니다.
먹을 곳, 쉴 곳, 잠잘 곳, 등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을 때
삶이 얼마나 不安定하고 그래서 마음도 不安해지는지는
무전 순례를 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하여 가나안 복지를 향해 떠났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의 그 나그네살이의 고통 때문에
자주 이집트에서 살던 때가 더 좋았다고 하며 되돌아가려 하듯
주님을 따라 앞으로 가기보다 뒤를 돌아다보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오늘 귀에 쟁쟁합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차지하였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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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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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넋두리 2012.04.03 12:30:55
    소돔의 멸망과 롯의 아내를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자비로 롯이 가족을 데리고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피해 초아르로 달아났을때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내용.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다본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재물에 대한 미련과 죄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게됨.

    지상의 순례자로서 많은것들에 마음을 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지금의 편안함이 결코 행복이지만은 않음을....
    현재의 것을 버리고 주님을 향한 마음일때 두렵고 불안함이 오히려 가난의 상태이며
    나그네살이임을....
  • ?
    홈페이지 요셉 2012.04.03 12:30:55
    그렇습니다.

    구구절절이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어제는 시차를 두고 수개월씩 신학생들의 현장체험인
    병원 실습을 마치고 신학교로 떠나는 학사님들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전 그때 마다 '한 우물을 파십시오!'라는 말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그들에게 격려와 연민의 마음을 담은 인사말을 건네지요.

    그들 역시 제 인사말에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쉽지 않은 그 길을 이해해 주는 고마움을 안고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기쁨과 슬픔이라는 이중의 감정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지요.

    아마도 나그네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완전한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싶은 거지요.

    철이 조금씩 들어갈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짙게 들곤 하는 것은
    삶의 정수는 자기희생이라는 헌신이 수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서지요.
    조개의 상처가 진주가 되듯이 말입니다.

    누군가의 독방의 고독이 존재하기에,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떠나 살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아침을 맞이합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지금 2012.04.03 12:30:55
    "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아멘 !!!
  • ?
    홈페이지 정마리아 2012.04.03 12:30:55
    말씀을 마음에 담고 다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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