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막달라의 마리아 축일에 우리 전례는 독서로 아가서를 들려줍니다.
한 여인이 사랑하는 이를 찾아 밤새도록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랑하는 이를 봤냐고, 봤으면 알려달라고 합니다.
전례가 이 독서를 들려주는 이유는 틀림 없이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가 이렇게 주님을 찾은 분이었다고 얘기하려는 거지요.
그런데 만약 여인의 모습이 산발이였다면 영락없이 미친 여자의 그것입니다.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모습이 산발인지 아닌지도 신경쓰지 않고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미쳤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똑같지만
미친 여자와 아가의 여인 곧 마리아 막달레나의 차이는 한 가지,
곧 왔다 갔다 하는 이유의 차이입니다.
아가의 여인과 마리아 막달레나는 분명하게 찾아다니는 것이요,
그것도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니는 것인 데 비해 미친 여자는
찾아야 할 대상이 없기에 목적성 없이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아무튼, 제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눈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 그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에 정신이 나갔다고,
그래서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복음에서 베드로와 요한 두 사도가 마리아 막달레나의 말을 듣고
무덤에 왔다가 무덤이 비어 있는 것만을 확인하고 돌아갔는데
그것은 아마 두 사도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도들도 막달라 마리아가 주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주님을 잃고 난 뒤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알고 있었을 것이며,
게다가 막달라 마리아는 오랫동안 마귀에 사로잡혀서 제 정신이 아니었던
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다시 미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정신의 기준이 이미 죽은 사람 때문에 현세의 삶을 망치지 않는 거라면
마리아가 죽은 주님 때문에 현세의 삶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은 주님 찾아다니는 것은 분명 제 정신이 아닌 미친 사람의 짓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미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다 이런 사람들입니다.
프란치스코도 회개한 후 미친 사람 소리를 들었고, 주님도 그러셨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코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3,21)
친척들은 주님께서 미쳐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들은 베엘제불이 들려서 그렇다고 생각했지요.
제 정신이라고,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
하느님께 미친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고, 정상이 아님은 당연합니다.
어제 저희는 공동휴식을 하며 영이 맑은 사람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떤 사람이 영이 맑은 사람이기는 한데 현실 생활은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도 어려움을 겪고 그 사람 주변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성인들 특히 오늘 막달라 마리아를 생각하고 주님을 생각할 때
우리는 너무 정상적으로 살려고 하다가 두 사도들처럼 주님 찾기를
더 이상 하지 않고 그래서 부활하여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
주님 만나기를 실패하는 것이 아닌지 모릅니다.
아무튼, 막달라 마리아는 주님을 끝짜기 찾음으로써 주님 찾기를 포기한
사도들에게 가서 자기가 찾고 만난 주님을 증거하였고 그럼으로써
사도들을 위한 사도가 되었기에 우리는 여자들 중에 유일하게
사도들의 축일을 지내며 막달라 마리아를 찬양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