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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 당신과 나의 계절에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Sep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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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 당신과 나의 계절에

 

봄에 태어나서

여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가을은 멀리 있는데

겨울옷부터 챙기는 이여,

 

나는 조금은 성급한 당신이

당신 자신이 되도록 놓아두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허용하시듯

좋아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몸이 이끄는 대로가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당신의 자유가

하느님의 자유 안에서 꽃피기를 희망하며

자유롭게 되기를 꿈꾸어 왔습니다.

 

인과응보의 거대한 산들이 무너져 내리고

이념과 신조와 신앙의 온갖 틀로 자신을 가두었던

지난날의 과실을 눈감아주고

얻는 것과 잃는 것 사이에서

창조 때 받은 그 모습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 안에서 사시사철의 변화를 느끼듯

당신의 계절을 봅니다.

현재의 계절은 잊어버리고

오지 않은 계절을 준비하는 조급함도 내려놓고

현재만을 곱게 다듬고 가꾸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제의 칼로 사랑을 가로막았던 가책이 밀물처럼 들이닥칠 때

슬픔으로 탄식하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너무나 좋은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서

곱게 물든 채 땅에 떨어진 낙엽처럼

가을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 갈망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사랑과 자유를 고독 안에서 삭이며

말년을 보내는 꽃들 안에서 나의 미래를 봅니다.

 

겨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잎을 내어준 나무들의 가난이

자유롭게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듯

창조의 손길로 정해 준 그 자리에서 자기 몫을 살면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좋을듯합니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 안에서만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발견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무익한 활동의 신비는 가짜들의 천국에서만 무게를 지닙니다.

나만의 이익을 벗어버리고

하느님 안에서만 안전을 찾으며

하느님과 공유된 선으로 관계를 살피려 합니다.

 

당신의 계절과 나의 계절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공존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내 인생에 그렇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던 

복음의 예수님과 성프란치스코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버지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자비와 사려 깊은 시선을 느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신념과 내적인 기쁨은 나를 떠나보낼 때 가능했습니다.

가난은 내 인생의 여름날의 열정을 잠재우고

겸손은 가을을 맞는 벼들처럼 고개를 숙이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계절에

영감으로 뜨게 된 눈으로

별을 보고 석양을 바라볼 때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서 부드러운 사랑의 눈빛을 발견하는 기쁨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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