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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과 구름

by 김맛세오 posted Oct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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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조석으로 선선하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간밤에 쏟아진 비로 덕수궁 돌담길에 떨어진 무수한 은행들을 보니

어김없는 결실의 계절임을...!

 

또한 가을은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따스한 봄날이나 무성한 생육의 여름이 지나,

가을은 가을겆이가 끝난 들판처럼 자신을 버리고 비워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가을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반추해 보는 것도

텅 빈 인생의 여백이야말로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파아란 가을 하늘의 구름이 되어 모아졌다 흩어지는 것처럼

이제는 훌훌 떨구어야 하는

파노라마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는 허허로움도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오늘 동작동 현충원으로 모처럼 발길을 옮겼습니다.

가끔 그곳엘 가면 3-11때까지 지낸 고향 시절이 진하게 배어나와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삼촌들과 함께했던 그리움들이

새록새록 떠지곤 합니다.

 

냇가에 자란 거목 미루나무가 파아란 하늘의 흰구름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묵묵히 지내온 세월만큼이나 거룩해 보였습니다.

흐르는 개울이 오랜 이야기를 꺼내어 재잘거리니...

거기에 메기, 미꾸라지, 붕어, 쏘가리,...게들이 신명난 아이들과 함께

어디에 있다가 이제 왔느냐 반갑게 맞이합니다.

 

현충원의 맨 위 공작봉쪽으로 오르면

거기에 자그마한 '지장사'란 절이 있어, 초교 1년때 소풍갔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땐 '화장사(華藏寺)'라 했는데, 어쩌면 호국영령을 모신 지역에다 시체를 화장하는 것과

연관이 되어선지 '지장사(地藏寺)'로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웅전 뜰 가로 훌쩍 세월의 키를 먹은 보리수가

여전히 내려다보며 반가와합니다.

 

한 해가 다르게 너무나 빠르고 쉽게 변모하는 서울에서

그래도 내 고향, 동재기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언제 와도 폭은한 마음의 쉼터가 되어 줍니다.

 

내가 살던 집터를 어림잡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바로 아랫집에 살던 기철이 형제가 "노올-자!"하며 뛰어 나옵니다.

여자 친구 경례는 공기놀이를 하자고 보챕니다.

이야기꾼 보선 엄마의 구수한 옛날 얘기가 주저리주저리 들려 옵니다.

보선네 암닭이 우리 집 부엌 광에다 알을 낳고는 "꼬꼬뎃-"거리면

고 따스한 체온 그대로 호르륵 마셔버립니다.

 

사실 현충원(지금)이 아닌 동재기(과거)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 고향 그대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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