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오늘 가난한 과부의 작은 봉헌이
부자들의 큰 봉헌보다 크다고 칭찬하시며
크고 작음의 다른 기준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이 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말씀에 저를 비춰보면 부끄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만약 누가 제가 지금 하는 사업에 성금을 내실 때
부자의 성금과 과부의 성금 중에서 누구의 성금을 제가 더 반기고
누구의 성금에 제가 더 고마워할지 생각하면 부끄럽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가난한 분의 작은 성금을 더 고마워하겠지만
반기는 것은 부자의 큰 성금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한 이의 작지만 큰 성금이 더 큰 사랑이고 봉헌이라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성금을 더 고마워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사업을 생각하면 큰 도움이 필요하고
그래서 부자의 크지만 작은 성금을 반기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제가 사랑의 사람이고 사랑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사랑을 기준으로 상대하지만
제가 욕심의 사람이고 필요와 욕심을 채우는 것이 급선무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내 필요와 욕심을 기준으로 상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필요한 것이 있고 욕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하느님은 필요한 것이 없을 정도로 자족하시고 사랑의 하느님이시지요.
그러니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갈 때는 사랑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 나아가면서 사랑 말고
다른 것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만일 사랑 아닌 다른 것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결핍과 욕심이 있으신 분으로 만드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봉헌한 것을 가지고
하느님 앞에서 으스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루카 복음을 보면 주님께서 비슷한 비유를 드신 적이 있지요.
바로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인데 여기서 바리사이는
자기가 세리와 같지 않고 의롭고 십일조도 잘 낸다고 뻐기지요.
사람 앞에서 뻐기는 것으로 부족하여 하느님께도 뻐깁니다.
그런데 으스대고 뻐기는 것은 다 사랑과 상관이 없지요.
마치 군사 퍼레이드하듯 사람들 앞에서 퍼레이드하는 것이며
사람들 앞에서 퍼레이드하는 것으로 부족하여
하느님 앞에서도 퍼레이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봉헌을 하느님께서 기꺼워하시고 반기시겠습니까?
이런 과시적인 봉헌은 큰 성금을 좋아하는 저도 역겨워하니
하느님은 더더욱 반기지 않으시고 역겨워하실 겁니다.
그리고 이런 봉헌에 하느님께서 상을 내리실까요?
아무리 큰 액수일지라도 아무런 상이 없습니다.
상은 오늘 엘리야에게 밀가루 단지를 박박 긁고
기름병을 탈탈 털어 빵을 만들어준 과부와 같은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그래서 겸손과 사랑의 단지는 채워주시지만
과시와 욕심의 단지는 비워주시는 하느님이심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http://www.ofmkorea.org/387210
19년 연중 제32주일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해도)
http://www.ofmkorea.org/285062
17년 연중 제32주일
(종말론적인 지혜)
http://www.ofmkorea.org/113534
16년 연중 제32주일
(부활, 관계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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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중 제32주일
(사랑하는 사람의 겸손한 당당함)
http://www.ofmkorea.org/84113
13년 연중 제32주일
(하느님께는 죽음도, 죽은 사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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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32주일
(아무 것도 자신을 위해 남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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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중 제32주일
(주님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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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32주일
(죽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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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연중 제32주일
(겸손한 부끄러움과 교만한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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