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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치스코와 십자가와의 만남

by 이마르첼리노 posted Sep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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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치스코와 십자가의 만남

성프란치스코는 회개 생활 초기에
성다미아노 성당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였으며
허물어져가는 성당을 고치라는 그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그의 마음은
십자가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데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으며
결국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처럼
당신의 몸에 다섯 상처를 지닌 채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십자가는 관계 안에서 발생 합니다.
오늘날 허물어져가는 성당은 허물어져가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너와 나와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십자가를 대할 때마다 힘에 대하여 마음을 집중합니다.
저는 제 자신의 힘을 내려놓는 동기를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일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로부터 받은 하느님의 힘을 내려놓은 일이었습니다.
그분은 아버지로부터 하느님의 능력을 받으셨고
이를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그 힘을 사용하셨으나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자신을 변호하거나
그 힘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무력하게 죽으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선택은 자유를 동반합니다.
저는 자유롭기 위한 선택으로써
더 큰 자유를 얻기 위하여 또한 주님으로부터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드리기 위하여 십자가를 선택합니다.

예수님에게서 가장 큰 유혹은
당신이 힘을 지니고 계신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난의 절정에서 자신을 모욕하고 때리고 십자가에 못 박을 때
인간적으로 그 힘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용서는 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하늘로부터 힘을 받은 자만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죽이는 문화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즉시 힘을 사용하려 합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체면과 이름과 얼굴에 손상을 가져오는 일이 생기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 안에서 십자가를 지는 일은
견딤과 기다림이라는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저는 참는 것과 견딤을 달리 느낍니다.
참는 다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며
견딤은 주님의 영과 함께 극복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위로부터 받지 않는 한 나에게는 참을 힘이 없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견딜 뿐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번민과 괴로움을 주는 이들이
나에게 끼치는 해를 견디고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몰이해와 편견을 견디고,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는 이들을 견디고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고
비난과 무시와 거짓을 견디는 힘은
십자가에 달려 무력하게 자신의 힘을 내려놓으신 그분으로부터 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교통정리를 해 주실 때까지 믿음과 끈기로 기다리는 일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끝까지 돌보시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잘못하는 게 사람입니다.
견디는 힘, 기다리는 힘, 믿음의 힘은 어디서 옵니까?
자신의 재능이나 지식, 사도직에서 오는 우월감으로부터
인정과 칭찬과 인기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더 이상 자신을 높이려고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높이려는 마음과 자기중심성에서 오는 마음을 지니고서는
아무도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없습니다.

나는 주님의 육화를 드러내는 도구라는 사실과
그로부터 어떻게든 내가 드러나지 않고
주님의 선하심과 그분의 자비가 드러나도록 하게 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내 힘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물어지는 관계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더 이상 하늘로부터 받은 힘을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함으로써
나를 통하여 주님의 선하심과 육화가 드러나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견딤을 체험 한 사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압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 안에서 견디는 사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사람을 살립니다.

우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비우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은
십자가입니다.
우리도 자신의 십자가를 선택하면서
견디는 사랑, 기다리는 사랑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0, 9,23 프란치스코 축제 준비를 위한 강론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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