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잘못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마음 아파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오늘 주님께서 모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에게 하신
말씀도 제가 무척 마음 아파하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저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벌이는 사람이지요.
그러니 저는 일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손가락만으로 일하는 사람이요,
손가락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제 옆에 있으면 늘 일이 많아 웬만한 사람은 제게 다가오지 않는데
그런데도 제게 다가오는 분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들이라 하겠지요.
그런데 저나 복음의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의 문제는
일을 하지 않고 시키기만 하는 문제 또는 불성실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위선의 문제이고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씀처럼 윗자리를 좋아하거나
군림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저와 그들의 심각한 문제는 하는 모든 짓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일이고 그럼으로써 자기가 하느님 자리를
차지하고 인사와 칭찬과 영광을 받으려고 하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저와 그들은 하느님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 있습니다.
보이기 위해 하는 짓의 문제는 위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 앞에 있지 않고 사람들 앞에 있는 것이며 그래서 재의 수요일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사람들 앞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보이기 위해 하는 짓의 두 번째 문제는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는 것의 문제이고,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는 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저와 그들이 받고자 하고 얻고자 하는 것은 철저하게 세상의 것들이고,
그래서 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들이며 그래서 저나 그들이 불행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그들의 제일 큰 문제는 이렇게 함으로써
하느님과 스승의 자리를 가로채 자신이 차지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이 하느님께 향하게 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그러고는 군림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라고 하신 다음
그런데도 누가 자신을 높이면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경고하심으로 오늘 말씀을 마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늘 복음에 비춰 저 자신을 성찰하였는데도 개운치 않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성찰을 해도 반성이 저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고
머리의 반성에 그쳐 이 나이가 되었어도 그리고 하느님께 갈 날이
점점 가까이 오는데도 여전히 하느님 앞에 있지 않고 사람들 앞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성찰을 해야 반성이 머리에서 마음까지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