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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주 토요일- 죽기 전에 죽으면 죽은 다음 산다

by 당쇠 posted Jan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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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와 황소의 피가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그 몸을 깨끗하게 한다면,
하물며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제게 피와 관련한 추억은 별로 없지만 오늘 히브리서에서
정화의 피에 대한 말씀을 들으니 한 가지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때 얘깁니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삶에 대한 고민이 크고
저 자신에 대한 불만이 머리 꼭대기까지 꽉 차 있을 때였는데,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구와 함께 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무를 꺾어 그것을 짚으며 내려오는데
마침 완전히 술에 취한 군인이 마주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린 저희에게 시비를 걸다가
제 친구의 몽둥이를 뺏어 제 친구를 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제가 먼저 그 군인에게 몽둥이를 휘둘러
그의 얼굴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시뻘건 피가 막 흘러내리는데 놀라거나 죄책감이 들기는커녕
뭔가 제 안에 있던 나쁜 것들이 싹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평온이 제 안에 깃드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의 피가 내 안의 나쁜 것들을 제거하고 평온케 하였을까?
그의 흐르는 피가 내 안에서 끓어오르던 피를 식히고
저에게 평온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피는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것입니다.
피가 있으면 살고 피가 빠지면 죽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어가는 사람에게 수혈을 하면 살아납니다.
그러니 피를 본다는 것은 삶의 다른 모든 주제들을 잠재우는
삶과 죽음이라는 두 극단을 동시에 보는 것입니다.
그 수많은 불평불만이 불 뱀에 의해 쏙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오랜 기간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은 그 불편한 상황과 거친 음식 등
모든 것이 불만이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최고조에 달하자
불평을 한꺼번에 쏟아놓았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불 뱀을 보내 불평을 한 사람을 물어 죽게 하자
불평은 싹 사라지고 살려만 달라고 합니다.
죽게 되자 삶이 보이고
그렇게 큰 문제였던 것들은 하찮은 것들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살기 위한 처방이 바로 자기들을 죽게 한 그 불 뱀을 보는 것,
그것도 불 뱀을 높이 매달아 놓고 모두 올려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우러러봐야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모든 욕정을 잠재우고
피는 모든 욕구들을 정화한다.
그렇게 피는 죽음으로 살린다.

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고
죽기 전에 죽어야 죽은 뒤에 산다고.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그 참사랑의 피는 우리의 피를 대신하여
우리의 욕구들을 정화하고
욕정에 죽게 함으로
하느님 안에서 살고
하느님을 섬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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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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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12.04.03 12:13:12
    우리 주님의 거룩한 성혈로 저의 모든 죄악을 없애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나의 남은 삶을 정화 시켜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12.04.03 12:13:12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하고 많은 방법 중에 왜,
    그 고통스러운 죽음을 택하셨는가를 알아듣습니다.

    죽음 앞에서만이 뿌리 깊은 이기심이 고개를
    숙이는 존재가 바로 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지요.

    살아 있으면서 죽을 수 있는 생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 보는 이 순간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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