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는 안티오키아에서 얼마 동안 지낸 뒤 다시 길을 떠나,
갈라티아 지방과 프리기아를 차례로 거쳐 가면서
모든 제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었다."
오늘의 사도행전은 바오로 사도의 행적을 짧게 소개하는데 이 엄청난 선교를
이렇게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듯이 소개해도 되는지 생각게 합니다.
다시 말해서 한 문장으로 요약된 것 안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왜냐면 여기에 바오로 사도의 선교 Pattern 곧 형태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면 바오로 사도는 안티오키아에서 얼마 동안 지내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것은 안티오키아가 바오로 사도의 선교 근거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하는 것이 사도행전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그 도시에서 복음을 전하고 수많은 사람을 제자로 삼은 다음
리스트라와 이코니온으로 갔다가 이어서 안티오키아로 돌아갔다."(14,21)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안티오키아에 머물면서,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주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선포하였다."(15,35)
"바오로는 카이사리아에 내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교회에 인사한 다음,
안티오키아로 내려갔다."(18,22)
저는 여기서 근거지와 선교지 관계를 보고자 합니다.
안티오키아가 근거지라고 함은 선교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교지가 없다면 그래서 한 곳에서 줄곧 머문다면
그곳은 근거지가 아니라 주거지거나 고향이겠지요.
프란치스칸인 제겐 이런 삶이 오랜 꿈이고 영원한 꿈입니다.
근거지는 있되 어디고 눌러 앉아 살지는 않는 선교의 삶 말입니다.
"가서,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을 고치라"는 소명을 프란치스코가 받았고,
프란치스코를 통해서 같은 소명을 그 후예인 저도 받았음을 깨달은 이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저는 무작정 목포 북교동 성당 신부님께
전화를 드려 본당에 속한 섬에 가서 한동안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는데
그것이 1980년대 후반이고 간 곳은 신안군의 자은도라는 작은 섬이었으며
그 첫 시도가 발전한 것이 지금의 저희 순회 공동체입니다.
그렇습니다.
바오로 사도 이후 교회는 점차 순회 교회에서 정착 교회가 되었는데
프란치스코는 교회 안에 다시 순례자와 나그네 정신을 불어넣었으니
이것을 교회는 정주 영성과 다른 탁발 영성이라고 일컫습니다.
아무튼, 다시 얘기하면, 근거지가 있다는 것은 선교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근거지에 한동안 머문 바오로 사도는 이제 3차 선교 여행을 떠납니다.
갈라티아와 프리기아 지방을 차례로 거쳐 갔다고 사도행전은 얘기하는데
차례로 갔다는 것은 이전에 늘 가던 선교지가 있고 차례가 있었다는 표현이고,
실제로 그 이전에도 이 지방을 순회하고 안티오키아로 돌아왔습니다.(16,6 참조)
이렇게 떠나가서 바오로 사도가 한 것은 모든 제자들의 힘을 북돋는 것입니다.
직접 선교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을 제자로 키워 선교하게 했다는 표시인데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오로 사도가 제자로 키운 것은
그들을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웠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누구나 자기 선교지가 있어야 하고
"가서" 주님의 교회를 재건하라는 소명을 받은 프란치스칸은 더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안주처가 아니라 근거지가 됩니다.
그리고 몸으로 달려갈 선교지가 없다면 마음의 선교지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나를 찾는 주변 사람들에게 달려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