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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by 김명겸요한 posted Jun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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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가 어렵게 느끼는 말씀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 삼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만
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눈을 뜨고 있기에,
귀가 열려 있기에,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때로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며,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과 다릅니다.
차이를 느끼면 불편합니다.
왜 저렇게 했을까 이해가 된다면
그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대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대화는 자신이 불편하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상대방의 불편함을
나의 잘못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보니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점점 단절되어 갑니다.

서로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은
대화로 해결되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좋게 이해된다면 다행이지만
오해의 여지도 많고,
그것이 반복되는 순간
소화되지 않은 것들은
뒷담화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불편함은 싫음으로 바뀌고,
상대방의 그런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으로 바뀌어 갑니다.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의 시작은
내가 느낀 불편함입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 불편함을 표현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해결 방법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각을 차단하고 감정을 차단합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그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유를 주시려 하시지만,
관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유와 반대되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을 판단하지 않는 방법이며,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에는 옳고 그름도 있기에
심판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심판하지 말라, 판단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성을 포기하라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감각을 차단하면서
감정을 차단하면서
인간이 아닌 로보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과연 이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실까요?

우리는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서로 다르게 봅니다.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편하지만
누구는 불편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나의 고유한 모습이며
너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고유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대화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상대방을 심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화가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만의 노력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족하게나마 나의 불편함을
나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불편함,
내가 하는 판단, 심판들은
모든 것을 품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에서 나오며,
상대방의 나약함과 부딪치면서
더 커지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의 나약함을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며
그 모습도 사랑해 주십니다.
그 사랑을 받아들일 때
나의 불편함에 잠시 머물 수 있고,
그 머무름은 판단이나 심판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내가 지금 느끼는 불편함에 잠시 머물러 있으라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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