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열정이 필요합니다.
뜨뜻미지근한 세상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말합니다.
미워하지 않기에
그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방식의 평화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이것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저것도 있는 그대로 인정 받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일치로 나아간다기 보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충돌하지 않습니다.
너를 간섭하지 않을테니
나도 간섭하지 말라는 식입니다.
분열도 없지만,
함께함의 기쁨도 없습니다.
세상은 점점 삭막하고
삶은 무기력해집니다.
사람들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화, 분노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화를 다스리고 분노를 조절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는 것보다
내 할 일을 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정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 안을 보면
서로를 향한 판단이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잠잠해보일 뿐입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앞에서 표현하지 않고,
점점 뒤에서 말하고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이해 관계에 따라
뭉쳤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아닌 척하면서 살아갑니다.
분열은 어쩌면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불을 통해 우리 각자의 모습이 드러나
서로 다르다는 것이 보이고,
그것으로 분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을 통해
분열된 모습을 드러내신 하느님께서는
열정을 통해
일치로 다시 묶어주실 것입니다.
문제가 없어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소한 갈등이 없는 공동체는
죽은 공동체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갈등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